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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행동 성공적으로 바꾸기 : MINDSPACE 시리즈] 6. 사전암시(Priming)
추천 1 | 조회 309 | 번호 2383 | 2013.04.24 16:57 투자자보호재단 (inv***)

인식 형성에 영향을 주는 사전 암시
얼마 전 인기 드라마 ‘내 딸 서영이’가 종영됐다. 어느 날 드라마 방송 직후 나오는 TV 광고를 보니 ‘내 딸 서영이’에 나오는 배우들이 모델로 나오고 있었다. 드라마 속 배우의 세련되고 지적인 이미지가 떠올라서일까? 선전하는 상품 또한 좋은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드라마 방송 직후 나오는 상품광고에 그 드라마 속 주인공이 모델로 나온다면, 드라마 속 주인공의 이미지가 제품 이미지에 강하게 반영될 것이다. 주인공들이 광고했던 제품은 커피였는데, 만약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롭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에 광고를 내보낸다면, 아무리 인기 드라마 속 주인공이 광고한다한들 광고 직전 접했던 커피의 부정적인 정보 때문에 광고 효과가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전 암시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전 암시(Priming)란 시간적으로 먼저 제시된 단어 또는 장면 등이 나중에 제시된 단어 또는 장면 등의 처리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가 사전 암시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영어로 ‘먹다’를 뜻하는 단어 eat을 떠올려보자. 그 다음에 so_p라는 단어에 빈칸을 채워 단어를 완성해 보자. 혹시 완성한 단어가 스프(soup)라면 우리가 사전 암시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만약 eat이 아니라 ‘씻다’를 뜻하는 단어 wash가 먼저 제시되었다면, 빈칸에 a를 넣어 비누(soap)라는 단어를 완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전 암시’의 효과
예일대 사회심리학과 John Bargh 교수의 실험은 사전 암시가 미치는 영향력을 다음의 실험으로 보여준다. 학생 30명에게 몇 개의 단어를 무작위로 섞은 단어 세트를 나누어주고, 그 단어들로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보라는 과제를 주었다.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 ‘걱정하는, 낡은, 회색의, 은퇴한, 쭈글쭈글한, 빙고게임’ 등이 포함된 단어를,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목마른, 깨끗한, 개인적인’ 등이 포함된 단어를 나눠주었다. 참가학생 모두 이 실험이 언어 유창성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참여해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한 뒤 학생들을 엘리베이터가 있는 복도로 안내했다. 그 다음에 학생들이 문을 나와 10미터 정도 떨어진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시간을 재어 보니, ‘걱정하는, 낡은, 회색의, 은퇴한, 쭈글쭈글한, 빙고게임’ 등의 단어를 받았던 그룹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엘리베이터까지 가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즉, ‘걱정하는, 낡은, 회색의, 은퇴한, 쭈글쭈글한, 빙고 게임’이라는 단어들이 학생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노인’을 떠오르게 했고, 그 다음에 노인처럼 천천히 걷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음 사례는 금융상품 선택에서 사전 암시를 통한 이미지가 금융상품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MacGregor(MacGregor-Bates의 연구소장) 등은 심리실험을 실시했는데, 경영학과 학생들에게 40개 업종에 대해 마음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3가지 이미지에 대해 쓰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내린 평가가 얼마나 긍정적인지 평점을 매기도록 했다. 그리고 해당 업종들이 1994년에 경영을 잘했는지 그리고 1995년에도 경영을 잘 할 것인지 물어보고, 이들 업종의 주식을 기꺼이 구입할지를 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40개 업종이 1994년 얼마나 경영을 잘 했는지, 1995년에 경영을 잘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과 주식을 기꺼이 구입할지에 대한 학생들의 의사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사전에 업종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렸는가에 따라 예측할 수 있었다. 주식 구입을 통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의향뿐만 아니라, 업종별 실적에 대한 판단은 실제 실적 지표와 아주 약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긍정적인(부정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특정 업종에 대해 ‘좋은 느낌’(또는 ‘나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해당 업종이 좋은(저조한) 실적을 거둘지 예측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사전에 형성된 업종에 대한 이미지가 투자의사결정에도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람직한 금융행동을 유도하는 사전 암시
사전 암시를 이용해 바람직한 금융행동을 유도할 수도 있다. 호주에서는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근로자라면 반드시 퇴직연금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될 때는 근로자에게 거의 자산배분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다고 한다. 근로자는 단지 본인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본인의 자산을 어디에 투자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호주 정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 근로자에게 완전히 맡기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했다고 한다. 다만, 선택권이 있는 대신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투자대안을 같이 제공하도록 단서를 달았는데, 근로자들은 가이드라인에서 주어진 기본투자대안이나 가이드라인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정책 변경 이후 근로자들이 어떻게 투자대안을 선택했는지 살펴본 결과, 대부분 근로자들이 가이드라인의 기본투자방식을 선택했고, 직접 자산배분을 결정한 근로자들도 가이드라인에 나타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는 자산배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기본대안(Default)을 선택했다는 것은 기본대안이 금융행동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본대안이 아닌 직접 자산배분을 결정한 근로자들이 기본대안과 비슷한 자산배분을 했다는 것은 먼저 확인한 기본대안의 숫자들이 사후 투자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사전 암시 효과에 해당한다. 근로자는 투자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현명한 결정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숫자의 사전 암시를 통해 근로자들이 전문가들이 결정한 기본투자대안과 흡사한 자산배분을 할 경우, 근로자들은 본인들의 선택 권리를 행사할 뿐만 아니라 엉뚱한 자산배분을 할 가능성도 줄어들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금융행동을 유도하는 사전 암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해 바람직하지 못한 금융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사전 암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옷을 사러 백화점이나 시장에 가면 비슷한 종류의 옷이라고 해도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다. 옷을 구매할 때 예산을 세운 다음, 일단 맘에 드는 옷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게 된다. 처음에 들어간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고 하자. 그 다음 다른 매장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는 처음 방문한 매장과 디자인도 비슷하고 질도 비슷한데 직전에 들어간 매장보다 옷의 가격이 절반 정도라면, 계획한 예산보다 초과되더라도 구입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너무 비싸게 판매하는 매장에 들어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다음 매장에서 판매하는 옷의 가격은 싸게 보이는 편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옷, 가방, 전자제품 등을 구입할 때 가격뿐만 아니라 비슷한 디자인, 비슷한 성능인 상품일지라도 어느 회사의 상품인지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데, 금융상품도 마찬가지다. 수익률이 높아 판매회사의 추천 상품 목록에 올라간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금융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회사 이름이 홍보되는데, 금융소비자들은 이러한 자산운용사에게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에서 실시한 2012 펀드투자자조사 결과에 따르면, 펀드 선택 시 ‘해당 펀드의 지금까지의 성과’(36.5%) 다음으로 자산운용사의 과거운용성과(26.3%)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자산운용사의 과거운용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금융소비자가 성과 순위가 상위인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이름을 듣게 된다면, 그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모든 펀드들이 성과가 좋을 것이라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본인이 투자한 펀드가 주식형인지 채권형인지 투자유형 조차 모르는데, 자산운용사가 어디인지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전 암시를 통해 형성된 금융회사의 이미지가 금융상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광고’는 사전 암시를 이용해 상품을 권유하는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특히, 모델의 이미지를 포함한 시각적인 효과를 이용해 금융소비자들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금융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 펀드 광고의 경우, 투자설명서 확인 권고, 원금손실 가능성, 운용실적이 미래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지만, 광고 모델이나 문구 때문에 투자에 내포된 위험성보다는 긍정적인 모습이 강하게 보일 때가 많다. 즉, 광고에서 느낀 긍정적인 이미지가 금융상품 선택에 옮아와 큰 영향을 미친다.

 

‘바람직한’ 사전 암시는 개발, ‘바람직하지 못한’ 사전 암시는 규제
‘사전 암시’ 도구는 사람들에게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사전암시는 그 효과가 너무 강해서 사람들을 바람직하지 못한 사전 암시에 빠지지 않게 하려는 시도가 성공하기 어렵다. 감독 당국은 금융소비자들의 합리적인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바람직한’ 사전 암시를 개발하도록 하고, 금융소비자의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전 암시는 억제하는 금융 환경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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