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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행동 성공적으로 바꾸기 : MINDSPACE 시리즈] 3. 규범(Norm)
추천 0 | 조회 322 | 번호 2377 | 2013.04.03 15:43 투자자보호재단 (inv***)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384~BC322)의 말은 너무나 유명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사람들은 함께 모여 살아가는 게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가족, 마을 더 나아가 국가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생활하였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따라야 할 일정한 행동양식을 규범으로 만들었다. 이 규범은 특정 사회나 집단 내에서 사람들의 행동 기준이 되는 일정한 행동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규범을 명시적인 표현(공공장소에 있는 ‘흡연 금지’ 표시판)으로 알게 되거나 다른 사람들의 행동(처음 만난 사람과 악수하기)을 통해 알게 되며, 규범을 어길 경우 받는 사회적 불이익이나 규범을 따를 경우 얻는 사회적 혜택 때문에 규범을 가능한 한 따르려고 한다. 이 같은 규범의 강제력을 이용한 행동 조정은 많은 영역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함
자동차 안전벨트와 관련해서, ‘우리들 대부분은 안전벨트를 합니다’라는 캠페인은 안전벨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 이미 안전벨트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을 이용했다. 처음에 조사한 자료에서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안전벨트 사용 비율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벨트를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5%가 그렇다고 답변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60% 정도일 것 같다고 답변했다. 조사 후 캠페인을 통해 안전벨트 실제 사용비율을 사람들에게 알린 결과 안전벨트를 사용한다는 비율이 더 높아졌다.
이처럼 바람직한 행동을 규범화함으로써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개인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칠 때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개인연금에 가입하고 있는데 이것을 규범을 준수하는 행동으로 알리면 아직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가까운 사람들의 규범 준수 여부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침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없는 사람들에 의해서도 우리는 영향을 받는다. 우리들 대부분은 식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식습관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비만도 전염성이 있다.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할 경우 혼자 먹을 때보다 약 35%를 더 먹고, 네 명이 함께 식사할 경우에는 75%를 더 먹으며, 일곱 명 이상이 함께 식사할 때에는 96%를 더 먹는다고 한다. 때문에 주변에 과체중인 친구들이 많은 사람들은 그 자신도 의도치 않게 과체중이 될 확률이 높다.
이처럼 인간은 자기와 유사한 상황에 처하거나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행동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들의 바람직한 행동을 규범화 한다면 쉽게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단순히 환경을 지키기 위해 수건 재사용을 요청하는 안내문을 게시했을 때 재사용률(35.1%)보다 동일한 호텔내지 동일한 객실의 투숙객들이 환경을 지키기 위해 수건을 재사용했다는 안내문을 게시했을 때 재사용률(각각 44.1%, 49.3%)이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규범을 반복적으로 전달해야 함
그런데 규범화의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기 쉽다. 왜냐하면 법률처럼 위반했을 때 직접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판과 같은 간접적인 제재만을 받거나 그나마 그러한 제재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규범으로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의 80,000가구에게 매분기 보내는 고지서에 해당 가구의 에너지 소비량과 이웃 가구들의 에너지 평균 소비량을 비교한 자료와 간단한 에너지 절약 방법을 알리는 안내 정보를 실어 보냈다. 처음 안내 정보를 받은 후 각 가구의 에너지 소비량은 기존보다 평균 2% 감소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러나 다음 분기에 동일한 형태의 안내 정보를 다시 보내자 에너지 소비량이 다시 감소하였다. 처음 안내 정보를 받았을 때는 다른 사람들의 에너지 소비량을 일종의 지켜야 할 규범으로 인식하고 이를 따르기 위해 노력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고 해서 어떤 제재도 없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고 규범에 어긋나는 것임을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다시 안내 정보를 받음으로써 규범으로 재인식하게 되고 그에 맞추어 행동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될 경우 어느 시점에 이르면 사람들의 행동 변화는 외부의 자극 없이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칠 때도 단순히 개인연금 가입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알리는 것보다 캠페인 대상자와 비슷한 상황(연령, 수입, 자녀 등)에 있는 사람들의 가입률과 적정 금액을 알림으로써 가입과 함께 적정 금액의 납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보를 주기적으로 이메일 등을 통해서 제공함으로써 적정 금액을 지속적으로 납부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규범 전달의 역효과를 주의해야 함
그러나 바람직한 행동의 규범화에도 역효과가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미국의 에너지 절약 유도 사례에서도 역효과가 나타났었다. 각 가구에 평균 에너지 소비량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을 때, 평균보다 많이 사용하는 가구는 에너지 소비를 줄인 반면, 평균보다 덜 사용하던 가구는 에너지 소비가 오히려 늘어난 것이었다. 따라서 규범화할 때는 반드시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 역자 주 - 어떤 계획 또는 행위가 원래 계획 입안자가 의도한 방향과 어긋나는 결과를 미치는 것)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절약 유도 사례에서는 사회적 인정 여부를 나타내는 행복한 얼굴(평균보다 덜 사용한 가구, 사회적 인정) 또는 슬픈 얼굴(평균보다 많이 사용한 가구, 사회적 불인정)을 고지서에 함께 표시해서 보냄으로써 부메랑 효과를 방지할 수 있었다. 개인연금 가입 캠페인에서도 적정 금액 이상을 납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납부 금액을 줄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납부 금액에 따른 구체적인 수령 예상금액과 금액별 노후에 누릴 수 있는 생활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거나 납부금액별로 적절한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것도 부메랑 효과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바람직한 행동이 무엇인지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이를 규범으로 인식하지 못 해서 안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행동을 단순히 알리는 것보다 규범화하여 지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역효과를 함께 고려하여 바람직한 행동을 이미 취하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도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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