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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행동 성공적으로 바꾸기 : MINDSPACE 시리즈] 2. 인센티브 (2)
추천 0 | 조회 338 | 번호 2375 | 2013.03.27 14:04 투자자보호재단 (inv***)

쌍곡선형 할인 - 행동에 따른 보상의 가치를 행동하기 전(먼 시점)에는 높게 평가하다가 행동해야 할 때(가까운 시점)는 낮게 평가
사람들에게 오늘 10만원을 받는 것과 10일 후 11만원을 받는 것 중 어떤 것을 원하느냐고 질문하였다. 대다수 사람들은 오늘 10만원을 받는 것을 선택하였다. 다시 사람들에게 90일 후 10만원을 받는 것과 100일 후 11만을 받는 것 중 어떤 것을 원하느냐고 질문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주일을 더 기다려 11만원을 받는 것을 선택하였다. 이처럼 사람들은 똑같은 1만원에도 다른 선택을 한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똑같이 10일을 기다려 11만원을 받는 것을 선택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 흐름에 따라 선호가 변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한다. 즉 현재 시점과 멀어질수록 포기해야 하는 이익(10만원)에 대해 적은 대가(1만원)를 원하지만 현재 시점과 가까워질수록 포기해야 하는 이익(10만원)에 대해 더 많은 대가(1만원 + α)를 원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쌍곡선형 할인 또는 과도한 가치폄하라고 부른다. 이 같은 쌍곡선형 할인은 다음에서도 쉽게 증명된다.
우리는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이 막상 금연하기로 한 날이 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금연을 포기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왜 사람들은 금연을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보통 사람들은 금연을 결심할 때 금연하는 대가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한다. 아마도 대부분 건강, 상쾌한 공기, 담뱃값 절약 등을 답할 것이다. 그런데 막상 금연을 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면 금연하는 대가로 건강, 상쾌한 공기, 담뱃값 절약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금연을 포기해 버린다. 다시 말하면, 금연을 결심할 때는 금연으로 얻을 수 있는 대가에 10점 만점에 8점 정도를 부여하고 만족해 하지만, 금연을 해야 하는 순간이 되면 금연으로써 얻을 수 있는 대가와 흡연으로써 얻을 수 있는 대가를 비교하게 되고 결국 금연 대가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져 금연을 포기해버린다. 금연으로 얻을 수 대가는 금연을 결심할 때나 금연을 해야 하는 순간이나 모두 동일하지만, 시간이 흐름으로써 동일한 대가의 가치가 변한 것이다.
이같은 쌍곡선형 할인을 극복하려면 얻을 수 있는 대가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거나 올바른 행동의 유지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금연의 경우 승진에 불이익을 준다든가 금연 과정 중간 중간마다 금연교육을 실시하거나 건강검진을 실시하여 금연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환기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금융행동의 경우 자산 형성을 위한 저축상품에 인출 허용조건(목표금액 달성, 저축기간 만료 등)을 붙여 저축을 강제하는 한편 이 저축상품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자산을 형성한 사례를 알려주고 저축을 통해 얻은 수익 등을 주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만족감을 높여 저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낮은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기
사람들은 낮은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로또를 구입하는 것과 영·유아의 예방접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객관적으로 로또 당첨 확률이나 전염병 발생 확률 모두 낮은데도 로또는 이득으로 여겨서 구입하게 되고, 예방접종을 안 맞히는 것은 손실로 여겨져 맞히게 된다. 특히 손실 가능성은 앞서 소개한 손실 회피 성향과 연관되어 더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영·유아 예방접종의 경우 생후 1일차 신생아 때부터 접종이 시작되는데 국가가 권장해 백신비용을 지원하는 ‘국가필수예방접종’과 개인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기타예방접종’으로 구분된다. 필수예방접종을 모두 무료로 가정했을 때 ‘기타예방접종’ 비용만 평균 77만원에 달하지만 ‘필수예방접종'과 '기타예방접종' 모두 접종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필수예방접종과 달리 기타예방접종은 말 그대로 기타이기 때문에 반드시 모두 맞힐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부모들은 만약의 가능성을 염려하여 기타예방접종을 모두 맞히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처럼 낮은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은 사람들로 하여금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동을 하게 한다. 그렇지만 항상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을 때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강조함으로 행동을 취하게 할 수 있다. 이는 손실회피 성향과 연관되어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실제로 세무 조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낮지만 세무 조사에서 잘못이 드러날 경우 부과되는 과징금 등을 강조함으로써 성실하게 세금 납부를 하도록 하거나, 자동차 사고 발생 시 발생할 수 있는 금전적·신체적 피해를 강조하여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심적 회계(마음속에서 따로따로 계산하기)
사람들은 다 같은 돈이라도 미리 생각해둔 용도에 따라 심리적 계좌를 만들어 돈을 나누고 나눈 범위 내에서 계좌의 용도에 맞게 사용하려고 한다. 이를 심적 회계라고 부르며 다음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0만원을 가지고 영화관에 갔는데 가는 길에 1만원을 잃어버린 상황(A)과 10만원을 가지고 있다고 영화표를 1만원을 주고 미리 사두었는데 영화관에 가보니 영화표가 없는 상황(B)이 있다고 가정하자. 영화표를 다시 구입하겠냐고 질문한 결과 상황 A보다 상황 B에서 다시 1만원을 내고 영화표를 사서 보겠다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 이유는 돈에 대한 심리적 계좌 때문이다. 상황 A의 경우 심리적 계좌가 10만원 현금 계좌 하나이고 여기서 1만원을 잃어버림으로써 10% 손실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상황 B의 경우 심리적 계좌가 9만원 현금 계좌와 1만원 영화표 계좌 두 개인데 영화표를 잃어버림으로써 영화표 계좌에서 100% 손실이 발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상황 B에 있는 사람들이 더 속상해 하며 영화 보기를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돈을 저축, 투자, 문화생활 등 마음속으로 각기 다른 계좌에 분산해 놓고 각기 다른 계좌 안에 있는 금액에서 지출하려고 하며, 다른 계좌에 있는 돈을 용도를 바꾸어 지출하는 것을 주저한다.
이처럼 심적 회계를 적절히 이용하여 계좌 명칭만 명확하게 잘 붙여주면 사람들로 하여금 돈을 자유롭게 쓸 자유를 주면서도 저축하도록 유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세 개의 심리적 계좌로 나누어, 첫 번째 계좌는 ‘용돈’라는 딱지를, 두 번째 계좌에는 ‘생활비’라는 딱지를, 세 번째 계좌에는 ‘저축’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면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 두 번째 보다는 세 번째 계좌에 들어있는 돈을 꺼내 쓰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과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장려하거나 노후를 대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심적 회계를 이용해 월급날 월급통장에서 적금 계좌나 연금으로 바로 이체할 경우 금리 등의 혜택을 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인센티브를 잘 활용한다면 사람들의 행동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인센티브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단순히 외부적 보상(외부적 동기) 때문에 유발된 행동은 미래에 보상이 끊어지는 경우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다가 중단하면 다시 흡연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자칫하면 인센티브 프로그램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 더 유발되기도 한다. 이스라엘의 한 놀이방 사례를 보면 부모들이 자녀를 늦게 찾아가는 일이 잦아지자 지각하는 부모들에게 3달러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그런데 부모들의 지각 횟수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 분석 결과 잘못 설계된 인센티브 제도가 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벌금 액수가 너무 적어 부모 입장에서는 중요한 일을 내팽개치고 자녀를 찾아가는 것보다 차라리 마음 편하게 벌금을 내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죄책감이나 미안함까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벌금 제도 시행 전까지만 해도 지각하면 미안해하던 부모들이 이제 당당하게 벌금 3달러를 내고 자녀를 데려갔다. 벌금 제도를 없앤 이후에도 지각의 가치가 3달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남아 지각 비율은 줄어들지 않았다.
인센티브가 올바른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충분한 검토 없이 섣불리 제공된 인센티브는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인센티브 프로그램 설계할 때 다양한 요인들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인센티브의 유형, 규모, 제공 시기, 제공 대상 등은 물론이거니와 사람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심리적 요인들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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