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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미국 달러에 도전장 내밀다
추천 1 | 조회 1570 | 번호 5439 | 2015.12.27 18:36 펀드슈퍼마켓 (simamoto1***)





2002년 1월 1일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은 ‘유로화’라는 하나의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각 나라별로 환율을 계산해야했던 번거로움이 사라지면서 EU 국가들 간의 거래는 급속도로 활발해졌고, 유로화는 미국의 달러에 버금가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기준통화인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자 유로화는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던 미국 달러에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 


‘달러 체제’ 뒤흔든 금융위기 

지난 2007년 11월 전 세계 언론에는 ‘달러의 굴욕’, ‘천덕꾸러기가 된 달러’, ‘쓰레기로 전락한 달러’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일제히 실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달러 가치가 폭락하던 현상을 알리는 내용들이었다. 

달러가 휴지보다 못한 대접을 받기 시작하자 대안으로 유로화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유명 슈퍼모델인 지젤 번천은 당시 신규 계약을 체결하면서 출연료를 달러 대신 유로로 지불해 달라는 조항을 넣었다. 인도의 관광명소인 타지마할은 입장료로 달러는 받지 않고, 유로화나 현지 통화만 받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공연을 가졌던 유명 랩가수 ‘제이-지(Jay-Z)’는 당시 공개한 뮤직비디오에서 부의 상징으로 돈 다발을 보여주는 장면에 달러가 아닌 500유로짜리 지폐를 보여주는 장면을 넣기도 했다. 

달러화의 위상을 뒤흔드는 유로화의 도전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목격됐다. 당시 중국은 외환보유고 일부를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혀 국제금융시장에 큰 파문을 던졌다. 외환보유고를 가치가 크게 하락한 달러로 갖고 있기보다는 강세가 진행 중인 유로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이 물꼬를 트자 미국의 눈치를 상대적으로 덜 보는 다른 나라들, 특히 미국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던 중동 국가들이 동참했다. 쿠웨이트가 제일 먼저 달러 고정 환율제도인 ‘페그제’를 폐지했고, 시리아가 뒤를 이었다. 심지어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조차 달러 페그제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EU, 유로화 기축통화로 키우려 강세 유지 

달러를 보유하고 있어봐야 손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유로화의 몸값은 갈수록 치솟았다. 화폐가치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세계 결제통화로서 독점적 지위를 구가했던 달러화가 이제는 유로화와 그 자리를 나눠 갖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여기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야심도 작용했다. 유로화의 약진은 기본적으로 달러 약세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측면이 강했지만 평소 유로 강세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ECB가 유로화 강세를 방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이번 기회에 유로화를 달러화에 버금가는 기축통화로 키워보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당시 세계최대 단일경제권이던 EU는 최소한 내부에서는 더 이상 달러 결제가 필요 없었고, 수출 등 EU 이외 지역 거래에만 달러가 필요했다. 

EU는 똑같은 상품의 가치가 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이 내심 불만이었고, 달러를 이용하려면 일종의 사용료인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도 마뜩치 않았다. 무엇보다 유로화가 달러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결제통화가 된다면 세계경제의 패권을 장악하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었다. 


유로화와 EU, 존속 가능할까? 

하지만 이 같은 추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유로화 강세는 수출경쟁력 약화라는 동전의 이면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로화 강세는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진 독일 등 유럽의 강국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었다. 가뜩이나 미국의 경기침체로 미국으로의 수출시장이 위축된 상황에 가격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중국산 저가품에 밀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당시만 해도 세계최대 소비시장이던 미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하자 유럽 각국의 경제성장률은 0%대로 주저앉았다. 

더구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유럽을 덮치면서 그리스와 남부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빠져들자 유로화의 날개는 꺾이기 시작했다. EU는 이른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로 불리는 남유럽국을 돕기 위해 수천억 유로를 쏟아 부었다.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에 버금가는 돈이 풀리면서 달러와 유로화는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틈을 노린 중국 위안화가 세력을 키우면서 유로화의 위상은 점차 빛이 바래고 말았다. 

현재로서는 유로화와 EU의 미래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유럽의 여러 나라는 여전히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고, EU 탈퇴를 공개적으로 외치는 나라들도 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그렉시트(Grexit)’를 위한 국민투표가 이뤄졌고, 영국에서는 총리 후보가 탈퇴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다. 

그렇다고 유럽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폐기된 자국 통화를 부활시킬 경우 통화가치를 어떻게 정할지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 정일환 기자(imthet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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