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유럽 국가들이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유럽은 대체로 경기 회복이 느린 편이다. ‘유로존의 맹주’로 그나마 버텨주던 독일도 최근 수출이 크게 감소하는 등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인 포르투갈은 긴축정책을 추진해온 정부가 실각하면서 또 다시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장기침체를 겪은 영국은 경기회복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2016년 가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찬반투표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살아나는 영국
금융가인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을 주축으로 금융산업 의존도가 높았던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때 연간 경제성장률이 -6%까지 뒷걸음질 쳤고, 이후 대량실업 등으로 고통받아왔다.
하지만 요즘 영국 경제는 휘청거렸던 과거와는 달리 정상궤도를 되찾고 있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경제성장률이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앞질렀고, 선진 주요 7개국(G7) 가운데서도 미국 다음으로 높다.
고용률은 197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실업률은 7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를 6년째 연 0.5%에 묶어둔 영국중앙은행(BOE)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정도다.
2015년 10월 영국 통계청(ONS)이 발표한 2분기 GDP 증가율은 0.7%였다. 같은 기간 유로존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프랑스(0.0%)와 독일(0.4%)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영국 정부는 2015년 연간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고, 내년에도 2.3%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용 시장은 열기마저 느껴진다. 2015년 3분기 취업자(16~64세)는 전 분기보다 177만 명 늘어난 3112만 명이고, 고용률은 73.6%에 달했다. 고용률 통계를 낸 지 44년 만에 가장 좋은 기록이다. 실업률은 5.4%로 7년 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실질소득도 많아졌다. 지난 6월까지 1년간 3.7%가 늘어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뒷걸음치는 독일
유럽 경제의 대들보나 다름없는 독일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시리아 난민 수용 문제로 고민에 빠진 와중에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 와중에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겹치면서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2015년 10월 독일 연방통계청은 독일의 8월 수출이 7월보다 5.2% 줄어들어 전월 대비 기준으로 경제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는 유럽의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 이래 최대 하락폭이다. 전월 대비 수입 역시 3.1% 감소했다. 무역 흑자 규모도 196억 유로로 줄었다.
독일의 수/출입과 흑자 감소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중국 및 신흥국과의 거래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독일은 앞서 7∼8월 연속 공장주문규모가 줄고, 8월 산업생산 역시 전월 대비 1.2% 떨어지는 등 지표 악화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수출 의존도가 큰 독일 경제가 중국 등 교역 상대국의 수요 감소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이런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여파가 반영된 산업 통계가 나와야지만 최근 상황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말썽꾸러기 포르투갈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포르투갈 경제는 다시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뒤 긴축정책을 추진해온 우파 정부가 11일 만에 실각했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포르투갈 제1야당인 중도좌파 사회당과 급진좌파 정당인 좌파연합, 공산당과 녹색당 연합인 민주통일연맹은 정부가 제출한 4개년 긴축정책 프로그램에 반대하며 내각 불신임 표결을 벌여 우파 정부를 실각시켰다. 좌파 정당들은 긴축정책을 뒤집어 복지 지출을 늘리고 공무원 임금을 올리겠다고 공언해온 터다.
포르투갈은 2011년 4월 유로존 재정위기 때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로 국제통화기금(IMF)과 EU 등으로부터 780억 유로(약 103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코엘류 총리는 구제금융 조건에 따라 2011년 6월 집권 이후 4년간 긴축정책을 펼쳤다. 복지 혜택을 줄이고 공공부문 임금을 깎았다. 이 기간 재정지출은 110억 유로(약 14조5000억원) 감소했다.
덕분에 포르투갈은 지난해 5월 구제금융에서 ‘졸업’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2년 -4%였지만 지난해 0.9%로 플러스 반전에 성공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6%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권교체로 이런 노력들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파 정부가 실각하던 날 ‘포르투갈, 그리스 따라가나?(Portugal goes to Greece?)’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포르투갈 경제 위기를 불러왔던 좌파 정당이 다시 자신들의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다”며 “(좌파 정당이 집권한)그리스의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즐기기만 했다면 포르투갈의 위기는 다시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 정일환 기자(imthet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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