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산업혁명 이전까지 수백 년간 종교와 민족 등 여러 이유로 대립하며 통합과 분열을 반복해왔다. 나라간의 경계가 대부분 결정된 이후인 20세기 들어서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또 다시 나뉘고 합쳐지는 과정을 거쳤다. 조각조각 흩어져 살던 유럽이 뭉치게 된 계기는 ‘톰과 제리’처럼 앙숙관계를 이어오던 독일과 프랑스가 화해하기로 하면서부터다.
‘앙숙’ 독일-프랑스의 극적인 화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50년, 석탄이 풍부한 독일과 철광이 풍부한 프랑스는 그동안의 갈등을 끝내고 경제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듬해 이탈리아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까지 이 협력에 참여하면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만들어졌다.
ECSC가 성공을 거두자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 ‘유럽경제공동체(EEC)’를 만들었고, 이후 1967년에는 유럽의 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유럽공동체(EC)’가 출범했다. 유럽 여러 나라의 경제 발전과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자는 게 목적이었다.
1991년 12월, EC 12개국(벨기에, 덴마크, 독일, 그리스,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 정상들은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흐트에 모였다. 이들은 이곳에서 유럽 통합 조약인 ‘마스트리흐트 조약’ 체결에 합의하고, 1993년에 ‘유럽연합(EU)’을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경제적 통합으로 출발한 유럽 공동체는 정치적인 통합까지 아우르는 EU로 새롭게 탄생했다.
EU에 의해 설립된 유럽중앙은행(ECB)은 1999년에 단일 화폐인 유로화를 발행하기 시작했고, 2002년 1월 1일부터 유로화가 법정 통화로 일제히 통용되기 시작했다. 2015년 1월 기준으로 19개 국가가 유로화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영국, 덴마크, 스웨덴은 지금도 자국 통화를 공식 화폐로 사용하고 있다.
이후 EU는 통합을 상징하는 연합기(旗)와 유럽의회를 만들어 외교와 방위를 함께 의논해 가는 등 ‘하나의 유럽’을 향한 발걸음을 진전시켜 나갔다.
‘국가’ 개념 사라질지도
EU의 탄생으로 회원국 사람들이 ‘유럽연합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갖게 되자 유럽에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유럽 내에서는 사람과 상품의 이동, 기업의 설립이 자유로워지면서 어느 나라에서든 물건을 사거나 원하는 직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또한 통합 화폐인 유로화로 인해 사람들은 환전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의 활동도 더욱 활발해졌다. 환전하는 데 드는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는데다 시장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EU 회원국 국민들이 국경을 넘어 쇼핑하거나 출퇴근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심지어 조깅을 하면서 국경을 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국적과 무관하게 집값이나 노후 대비를 이유로 거주지를 다른 나라로 옮기기도 한다.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자신을 ‘유럽인’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특정 국가의 ‘국민’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40%도 되지 않았다.
특히 유학과 여행의 기회가 많아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국가에 대한 인식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유럽 내 교환 학생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유럽의 주역으로 등장하면 정부의 권한이 국민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면서 EU가 일종의 지방자치단체로 이뤄진 거대 정치 조직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EU에는 2015년 5월 기준으로 28개국이 가입해 있다. 인구는 약 5억100만 명(2010년 기준)에 달하고, 교역 규모는 약 3조 2000억 유로(2009년 기준)나 된다.
*** 세계 각 지역의 경제동맹 ***
EU 외에도 세계 여러 나라들은 서로 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되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끼리 경제 공동체나 협력체를 만들어 힘을 모으고 있다.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탄생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12개국 간의 각료회의로 출범했다. 현재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총 21개국이 가입해 있다. 회원국 간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역내 지속적 경제성장에 기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아태 지역 경제공동체를 추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1967년 설립됐다. 당시 회원국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타이 등 5개국이었으나, 1984년 브루나이에 이어 1995년 베트남이 정식으로 가입했다. 그 후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이 가입하면서 회원국이 10개 나라로 늘어났다. 아세안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기반 확립과 각 분야에서의 ‘평화적이고 진보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1994년 탄생한 북미자유무역협정(NFTA), 1981년 출범한 라틴아메리카통합연합(ALADI) 등은 미주지역을 대표하는 경제동맹체들이다. NAFTA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에 무역 장애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자유무역협정이며, ALADI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이 가입한 경제동맹체를 말한다.
글. 정일환 기자(imthet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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