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없이 살아보기’라는 말이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2007년 미국의 저널리스트 사라 본지오르니(Sara Bongiorni)가 그의 저서 <중국산 없이 한 해 살기(A Year Without Made in China)>에서 언급해 시작된 말로, 국내에서는 이 같은 소재를 다룬 TV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도 했다. 중국산 제품이 없으면 일반 가정은 당장 하루도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한순간에 대중의 큰 주목을 받았다.
중국은 크리스마스에 쉬지 않고 일한다.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크리스마스 용품의 거의 대부분을 이들이 공급한다. 중국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일본의 기념품 가게에서 팔고 있는 전통인형 역시 어김없이 중국산이다. 중국 경제의 글로벌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커지면 상황은 또 어떻게 변할까.
중국의 미래를 이해하는 키워드 ‘이경촉정’
중국의 국제관계 정책기조는 ‘이경촉정(以經促政)’이다. 경제적 접근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의미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외교 행보를 보면 ‘이경촉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아시아 각국은 경쟁적으로 화폐 평가절하 경쟁을 벌였다. 만약 그때 중국마저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면 아시아 경제는 회복할 수 없는 파탄지경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일한 희망이던 수출시장에서마저 중국의 가격경쟁력에 밀리게 되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환율을 유지했고 각국에게 거대한 중국 시장을 제공했다. 다른 한편으로 동남아 국가들에게는 통 큰 경제원조를 제공하며 아시아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중국이 이렇게 한 것은 아시아의 리더, 혹은 G2로서의 사명감 때문이었을까? 국제관계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를 내주고 정치를 얻어내는 ‘이경촉정’의 전략을 펼친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중국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아세안(ASEAN)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매우 가까운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미국의 견제, 흔들리는 아시아
이런 분위기는 2009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2009년은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들의 최대 경제협력 파트너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간 시기였다.
이때부터 미국은 중국의 급부상을 우려하며 시선을 아시아로 돌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인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가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이경촉정’ 정책이 효과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만약 아시아, 특히 동남아 국가들이 안보 이익과 경제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당연히 안보 이익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이경촉정’ 정책이 빛이 바랠 것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게 들리고 있다.
코트라는 2015년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중국이 당장 기존의 국제 및 지역 질서를 바꾸려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시로 국제관계 정책을 미세 조정하려 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대외경제와 통상정책도 이런 바탕에서 미묘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G1의 시대, 경제논리로만 따지기는 무리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유일의 강대국 자리를 꿰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이미 2020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와 있다. 2012년 미국의 GDP가 15조6096억이고 중국의 GDP가 7조9917억인데, 미국의 GDP가 성장을 멈추고 중국이 매년 6%씩 성장한다면 12년 후 역전된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단순히 경제논리로만 따지기에는 무리라는 전망도 많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조나단 프리드랜드가 흥미로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중국이 톱 도그가 되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What will life be like when China is top dog?)”
톱 도그(top dog)란 ‘경쟁의 승자’라는 뜻으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유일의 강대국 자리에 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는 앞으로 전개될 중국의 톱 도그 시나리오가 과거 50년 동안 지속된 미국의 글로벌 패권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중국이 아무리 커져도 차(茶)와 딤섬이 코카콜라와 빅맥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또 비록 중국의 완다 그룹이 2012년 미국의 AMC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지만, 그들이 세계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만들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중국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글. 정일환 기자(imthet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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