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 절하하면서 환율 전쟁에 가담했다. 만약 중국이 보유했던 미국 국채를 팔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 역시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미 달러와 중국 위안화 중 어느 쪽을 보유할 것인지 저울질을 시작했다.
글│김영익 금융 칼럼니스트
환율 전쟁을 시작한 선진국들
환율 전쟁은 미국이 먼저 시작했다. 2008년 미국은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했다. 연방기금 금리를 0%까지 인하하고 3차례에 걸쳐 양적 완화를 단행하면서 3조 달러가 넘는 돈을 발행했다. 특히, 2008년 한 해 동안 본원통화(화폐 발행액과 지급 준비 예치금을 합산한 총액)를 2배나 늘렸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가 낮아졌고,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07년에 123엔까지 올라갔던 엔·달러 환율이 2012년 초에는 76엔으로 급락한 것이다. 엔화 가치 상승은 일본의 수입 물가를 떨어뜨려 디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를 견디지 못한 일본도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돈을 발행해 환율 전쟁에 가담했다. 2013년과 2014년에 본원통화를 각각 46%, 37%씩 늘려, 선진국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찍어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엔·달러 환율이 125엔까지 올라왔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올해 3월부터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환율 전쟁에 참가했다. ECB가 2016년 6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총 1조 1,400억 유로)를 풀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유로 가치가 올해 4월에는 1유로당 1.05달러까지 떨어졌고, 머지않아 달러와 유로의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Parity, 동등성)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디플레이션을 수출하는 환율 전쟁
이 같은 선진국들의 환율 전쟁은 자국에 내재하고 있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수출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전 세계 경제에서 공급이 수칼럼니스트요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소비가 늘어나야 초과 공급이 해소되는데, 문제는 선진국 가계가 부채를 많이 짊어지고 있어서 소비 지출을 크게 늘릴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각국이 자국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증가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선진국 못지않게 심각하다.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동안 선진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9%가 넘는 고성장을 달성했다.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 투자를 유도 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고정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에는 48%까지 올라갔다. 세계 평균이 22%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를 알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중국이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해 생산 능력을 늘려 놓았는데, 국내 소비와 수출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거의 모든 산업의 가동률이 70%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중국도 심각한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의 환율 전쟁으로 이들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자, 결국 중국도 환율 전쟁에 나서면서 위안화를 5% 정도 평가 절하시킨 것이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면서 계속 환율 전쟁을 할 것인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앞으로 과잉 투자 문제가 속속 드러나면서 중국 기업과 은행의 부실이 커질 것이다. 부실이 쌓이면 언젠가는 처리해야 한다. 그 시기가 앞으로 1~2년 사이에 오고, 이 과정에서 중국이 위안화를 또 평가 절하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구조 조정 과정에서 막대한 공적 자금이 필요하고, 중국은 부족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조2,712억 달러) 일부를 팔게 될 전망이다. 그러면 달러 가치가 폭락하고 위안화 가치는 크게 상승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제조 강국(혹은 무역 강국)을 추구했는데, 이제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해 금융 강국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미 국채를 얼마든지 팔 수 있다. 위안화를 포함해 중국 자산을 아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1~2년 이내에 올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미 달러보다는 중국 위안화를 보유하는 것이 안전한 이유이다.
[출처] 사보-KDB대우증권人 10월호
카카오가 제공하는 증권정보는 단순히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오류 및 지연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제공된 정보이용에 따르는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으며, 카카오는 이용자의 투자결과에 따른 법적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Copyright (c)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사 또는 글쓴이에 있으며 카카오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