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원자재 가격, 언제 상승할까?

국제 원자재 가격은 2000년대 접어들면서 2008년 상반기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 물론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오르긴 했으나 추세적 상승은 아니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에너지 가격이 20% 이상 떨어지는 등 원자재 가격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동향과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글│김영익 금융 칼럼니스트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달러 강세와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에 있다. 우선 2011년 8월 이후 미국 경제회복을 바탕으로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그 이후 올해 8월까지 달러 가치가 주요국 통화에 비해서 34%나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이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의 원인

원자재 가격 하락의 더 중요한 원인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1977년 시장경제에 편입한 이래 2010년까지 연평균 10% 정도씩 성장했다. 특히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중국 경제는 9%가 넘는 고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고성장 때의 과잉 투자 후유증이 나타나면서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로 떨어지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원자재 수요국으로 등장했는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진 만큼 원자재 수요 증가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원자재 가격의 전망

향후 원자재 가격은 달러 가치와 중국 경제 전망에 달려 있다. 먼저 미 달러 가치는 거의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연방기금금리를 거의 0%로 내렸고, 세 차례의 양적 완화를 통해 돈을 대규모로 풀었다. 전례 없는 통화정책으로 주가와 집값이 오르고 소비 중심으로 경제가 회복되자 지난해 10월에는 양적 완화를 종료했다. 그뿐만 아니라 빠르면 올 9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양적 완화 종료와 함께 조정을 보이고 있는 미국 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이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9%로 높은 만큼 소비가 위축되면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달러 가치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점차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추세적 상승은 아닐 것이다. 원자재 최대 수요국인 중국 경제의 구조 조정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나, 중국 경제는 9%가 넘는 고성장을 했다.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게 투자를 늘리라고 유도했다. 그래서 중국의 고정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에는 48%까지 올라갔다. 세계 평균이 22%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 능력은 한껏 늘려놓았는데, 국내외 수요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기업의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부실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이 부실해지면 결국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도 부실해진다. 쌓인 부실은 언젠가는 처리해야 한다. 앞으로 2년 이내에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부실 규모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늘면 중국 정부는 다시 구조 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자재 수요 역시 급감하고 원자재 가격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때 원자재 투자 비중을 줄이고 더 싸게 살 시기를 찾아야 할 것이다.

[출처] 사보 ‘대우증권인 9월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