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망하지 않으려면 금융인들이 대단히 윤리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세상의 핏줄이 바로 금융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돈과 관련한 책을 낸 적이 있다. 그때 강조했던 내용들을 지금도 이야기하고 다닌다. 10년의 세월이 짧지 않은 시간인데 우리가 하고 있는 이야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금융회사는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덤비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정신 바짝 차리라는 이야기의 주제가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다.
오늘까지 당연한 듯 전개되는 금융회사들의 영업 형태를 되돌아보자. 금융회사들은 윤리나 도덕을 저버리고 수익을 내려고 한다. 고객은 항상 수익의 대상이고, 어항 속 물고기 같은 존재이다. 금융회사들은 어항 속 물고기를 사냥하듯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어낸다. 최근 금융회사들이 연합하여 조성한 노후준비 공포 분위기는 그나마 팍팍한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한편으론 두렵게까지 한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의 삶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할 금융에 과도한 거품을 형성시켜 가정경제를 더욱 힘들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윤리의식이 전제되지 않은 무분별한 주식, 보험, 대출은 금융소비자들의 가정경제를 탄탄하게 지켜줘야 할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린 채 오히려 더 악화시키고 있다. 과도한 판매는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금융상품 가입률은 대단히 높지만 만족도는 최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쪽이 당하는 불만족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몇 년 전부터 금융회사들의 과도한 영업행위에 조금씩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며 새로운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융회사들 입장에서 보면 섬뜩한 흐름이다. 윤리의식이 마비된 금융 조직들의 암울한 미래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빨간 신호등과도 같다.
소비자들은 스스로를 지키기로 마음먹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3년 전부터 보이던 이런 흐름은 최근 들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변화의 핵심은 소비자의 정보 취득이다.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들을 우습게 생각하고 방심한 사이 소비자들은 스스로 정보력을 갖추고 자신을 지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들의 정보취득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금융소비자들 중 수도권 거주자 50% 이상, 지방 거주자 30% 이상이 영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고 금융상품 정보를 독자적으로 습득한다.
사람들이 인맥으로 팔던 자동차 보험은 온라인 보험에 시장을 잠식당하는데 15년이 걸렸다. 보험회사들은 앞으로의 변화 흐름 또한 이런 속도로 흘러갈 것이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비단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여전히 높은 판매 수수료의 달콤함에 빠져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증권사들, 그리고 돈 빌리러 온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하여 각종 금융상품에 가입시켜 부담을 가중시키는 은행들은 앞으로 점점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하늘과 땅이 울리는 변화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을 우습게보고 정보를 내놓지 않거나, 판매에 유리한 정보만을 골라 제공한 금융회사들의 잘못된 판매 관행이 소비자들로부터 응징을 당할 것이다. 뒷북치는 금융당국의 정책과 무관하게 소비자 스스로 그런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생존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중요한 사안들을 감추거나 포장하지 말고,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고객의 입장에서 유익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간 금융소비자들은 과도한 비용을 지불했고, 금융권 종사자들은 본인들이 노력한 것보다 훨씬 과도한 대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거품이 빠짐과 동시에 고객들은 금융회사들이 정보를 주지 않아도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정보를 나르는 중간 역할이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펀드온라인코리아의 출범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고객들이 중간 브로커 없이 직접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회사, 그리고 이런 시대의 흐름에 알맞게 체질을 개선하는 금융회사들이 생존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미래는 불확실해 보이지만 어떤 조직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금융소비자를 선한 마음으로 마주하는 조직, 욕망에 기초하지 않고 성숙에 기초한 영업문화, 거품을 뺀 검소한 조직 운영 등을 바탕으로 거듭난 조직이 새로운 세상의 주역이 될 공산이 크다.
글. 라의형 포도재무설계 대표
* 위 기사 내용은 회사의 공식 의견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증권정보는 단순히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오류 및 지연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제공된 정보이용에 따르는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으며, 카카오는 이용자의 투자결과에 따른 법적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Copyright (c)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사 또는 글쓴이에 있으며 카카오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