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리시대 투자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주식이다. 전 세계적인 초저금리 상황을 맞아 요즘 각국의 주식시장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름 하여 ‘뉴노멀 붐’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도 2100선을 돌파해 지긋지긋하던 박스권 탈출에 성공했다. 코스닥지수는 올 들어 30%나 뛰면서 700선을 넘어섰다. 주가가 오르자 주식 투자를 다시 해볼까 고민하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것인지, 투자를 재개할 때 꼭 챙겨봐야 할 것들은 무엇일지를 냉정하게 따져 보자.
한국 증시가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펼 여건은 두루 갖춰졌다. 가장 큰 매력은 싸 보인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을 필두로 글로벌 증시가 달아오른 게 벌써 2~3년이다. 그런데 한국만 유독 ‘지진아’ ‘왕따’ 신세였다. 기업들의 주주홀대·저배당정책과 혁신역량 저하·실적 부진 등이 주된 이유였다. 정부가 구조개혁을 말로만 하고, 금융회사들이 고객 수익보단 수수료 챙기기에 혈안이었던 것도 문제였다. 외국인들은 투자 유인을 찾기 힘든 한국 증시를 외면했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주가가 제일 싼 나라가 됐다. 주식의 자산 가치 대비가격을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볼 때 한국 증시는 현재 딱 1배다. 기업을 해체해 자산을 땡처리했을 때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PBR 세계 평균은 지금 2배이며, 한국보다 낮은 곳은 러시아와 그리스뿐이다. 국가부도에 직면했던 나라들이다. 경제위기가 진행 중인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도 한국보다 높은 1.2배다. 기업의 수익창출 능력 대비 주가를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을 봐도 한국은 10배로 세계 평균(15배)에 한참 못 미친다. 어쩌다 이지경이 됐는지, 창피하다 못해 화가 날 일이다.
최근 외국인들이 돌아와 5조원어치 이상의 한국 주식을 쓸어 담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 큰 희망을 걸긴 힘들지만, 그렇게 심하게 망가진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쪽으로 시각교정이 이뤄진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를 필두로 올 들어 저력을 발휘해 실적을 개선하는 기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저유가와 저금리, 원화가치 하락 등이 어우러지면서 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기대 이상일 것이란 전망이 가세한다. 기업들은 앞으로 주주를 대접해 배당을 늘리겠다고 약속한다. 1%대 초저금리를 견디지 못해 주식·펀드 투자로 발걸음을 돌리는 국내 투자자들 행렬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결론은 이렇다. 한국도 주식 투자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지나쳤던 저평가가 해소되는 것만으로도 한국 증시는 10% 정도 상승 여력이 있다. 기업 실적까지 더 좋아지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주식을 사기에 앞서 꼭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증시가 상승흐름을 타는 것과 개인이 실제 투자해 돈을 버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증시에서 모든 종목이 동시에 오르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남이 돈 벌었다는 얘기에 솔깃해 무작정 따라 샀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과거에 투자를 망쳤던 사람이 부지기수다.
이번만은 공부하고 발품 파는 소신투자와 위험을 분산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이유다. 그럴 마음이 없다면 계속 예금에 돈을 넣어 원금이라도 지키라고 권하고 싶다.
주식 투자라는 게 따지고 보면 뭐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평소에 핸드백 하나, 시계 하나를 살 때도 요모조모 품질을 따지고, 가격을 비교하고, 앞서 사용했던 사람들의 평가를 듣지 않는가. 주식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돈을 잘 벌고 있는지, 경영진은 능력이 있는지, 미래를 위한 투자와 배당은 잘 하고 있는지 등을 평소 신문 경제면이나 투자보고서 등을 통해 꼼꼼히 따져보는 건 필수다. 그렇다 싶으면 주식을 사놓고 기다리면 언젠간 오르게 마련이다. 단기 시세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 그 기업의 주인이 됐다는 느긋한 자세로 함께 가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그걸 대신할 좋은 펀드를 찾아 올라타면 그만이다. 이것도 어렵지 않다. 해당 펀드의 설명서를 읽어보면 어떤 투자 철학을 갖고, 어떤 종목들에 투자해 과거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 다 나온다. 믿음이 가면 그 펀드와 함께 가면 된다. 이 때 국내·외를 아울러 여러 펀드에 분산해 돈을 넣으면 투자의 안전성이 그만큼 커진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피케티는 <21세기 자본>이란 책을 통해 자본의 수익률은 언제나 노동 임금의 상승률을 앞선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의 고질적인 ‘부의 불평등’ ‘부익부 빈익빈’을 설파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주식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도 주식을 얼마든지 사서 자본가와 똑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당당한 주주로서 기업의 성장 과실을 나누고 배당을 따먹게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미국의 전설적 경영학자 피터드러커는 “칼 마르크스가 얘기한 사회주의를 실현한 게 바로 미국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각종 펀드 등을 통해 일반 국민들이 미국의 기업들(즉 생산수단)을 소유하게 됐으니, 그걸 바로 사회주의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주식 투자는 부의 불평등을 줄여나가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지름길을 제공한다. 1% 금리시대에 5% 수익의 구름다리를 넘기 위해선 주식을 꼭 알고 활용해야 한다.
글. 김광기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본부장(kim.kwangki@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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