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아야 싸움에서 이기는 법이다. 먼저 1% 금리의 가공할 위력을 파헤쳐 보자. 금리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피해갈 수 없는 환경과 같다. 주가나 환율은 사실 외면해도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다. 하지만 금리는 다르다. 당장 장바구니 물가와 아파트 전월세 값을 들었다 놨다 한다. 부동산과 주식, 원자재 등 자산의 가격도 금리에 따라 춤추기 일쑤다.
우리 시대 최고의 투자가인 워런버핏 미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금리는 만물을 끌어당기는 중력과 같다”고 했다. 중력에서 자유로운 존재가 이 세상에 없듯이, 금리는 금융시장에서 개별 자산의 가치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변수라는 뜻이다.
2014년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SF영화 <인터스텔라>를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는 중력과 시간의 관계 같은 우주의 법칙을 생생하게 표현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인터스텔라>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영화로 재현하기위해 세계적 이론물리학자인 캘리포니아 공과대 킵 손 교수의 자문까지 받아 화제가 됐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최근 <인터스텔라에서 배우는 초저금리의 법칙 3가지>라는 보고서를 냈다. 초저금리의 가공할 위력을 영화 속 장면에 빗대어 일반인도 알기 쉽게 설명한 게 흥미롭다. 그 내용을 활용해 초저금리의 우주로 한번 들어가 보자.
<법칙1. 금리와 시간> 중력이 커질수록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처럼, 초저금리로 갈수록 자산증식에 걸리는 시간이 가속적으로 느려진다. 예금이나 채권에 돈을 넣어 두 배가 되는 시간을 따져봤다. 금리가 5%일 때는 14년 걸린다. 참고 기다려볼 만한 시간이다. 하지만 금리가 4%면 18년, 3%면 23년, 2%면 35년 등으로, 같은 1%포인트 단위이지만 추가 소요 시간은 가속적으로 늘어난다. 1%면 무려 70년이나 걸린다. 기다리다 지쳐 저 세상으로 갈 시간이다.
우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5% 금리시대를 살았다. 그 때도 과거(1990년대 말 10%)를 회상하며 낮아진 금리를 탓했다. 그런데 지금은 2%선을 깨고 내려가 1%대다. 우리 생애에 대한민국에서 금리 1% 시대를 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한국의 경제사에서 1인당 소득 3만 달러(올해 예상)라는 기적을 이룬 것과 더불어 최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법칙2. 제로금리 블랙홀> 블랙홀의 중심에서는 아무 것도 빠져나올 수 없듯이, 초저금리의 극한에 빠지면 자산증식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금리가 1%에서 0.5%로 떨어지면 자산이 2배 되는데 139년이 필요하며, 0.1%로 추락하면 693년이 걸린다. 일본이 1995년 이후 걸어가고 있는 길이다. 일본에서 20년 전 은행에 예금을 해 둔 사람들의 돈은 이제껏 7%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많은 일본인들이 은행 예금을 하지 않고 아예 장롱 속 금고에 돈을 넣어두고 있는 게 이해가 간다. 실제 일본에서 2011년 대지진으로 쓰나미가 해안 도시들을 덮쳤을 때 수천 개의 금고가 떠올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15년 1월 현재 일본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0.025%. 이를 기준으로 하면 예금이 2배로 증식하는데 자그마치 2800년이 걸린다.
<법칙3. 5% 원심력 확보> 블랙홀에 빠지지 않고 적당한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중력과 균형을 이룰 원심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자산시장에서의 적정 궤도는 5% 안팎의 ‘중위험?중수익’ 영역이며, 여기에 이르기 위해선 투자라는 원심력이 필요하다. 5% 수익을 넘어 10%대의 과잉 원심력을 추구하다 보면, 균형을 잃고 튕겨나가 우주 미아가 될 위험이 따른다.
왜 5%일까? 금리(투자수익률)를 다시 올리며 자산을 2배로 늘리는데 단축되는 시간을 역으로 계산해 보면 답이 나온다. 금리가 2%에서 3%로 1%포인트 올라갈 때 단축되는 시간은 12년이지만, 이후 5.7년(수익률 4%) → 3.5년(5%) → 2.3년(6%) → 1.7년(7%) 등으로 체감한다. 여기서 수익률이 5%를 넘어가면 추가로 단축되는 시간에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5%가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마지노선이라는 의미다.
5% 수익의 구름다리를 넘기 위해선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품들을 통한 투자수익은 위험 감수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다. 주식 등의 투자수익을 불로소득이라고 얕잡아보는 사람이 많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투자수익은 공부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발품을 파는 사람들의 몫이다. 남들이 돈 벌었다는 소식에 솔깃해 무작정 따라하는 투자는 결국 망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투자가 그렇게 어렵고 위험한 것도 아니다. 다음번에는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위한 몸 풀기를 한 번 더 해보자.
글. 김광기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본부장(kim.kwangki@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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