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과제척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고의로 출국한 납세자가 있다면 국세청은 어떻게 그 납세자에게 세금을 내도록 고지할까.
세법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공시송달 제도를 두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공시송달을 위해 필요한 전제로 2회 이상 납세자를 방문해 서류를 교부하지 않으면 절차 위반으로 과세가 위법하게 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최근 재능그룹 박성훈 회장의 동생인 박지훈, 박철훈 씨가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공시송달의 요건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 요건을 결한 공시송달은 부적법해 과세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박성훈 회장은 지난 1977년 신영상역(1992년 재능교육으로 상호 변경)을 설립하면서 이 회사의 주식 3000주를 동생인 박지훈 씨에게, 300주를 박철훈 씨에게 각 명의신탁했다. 그 후 재능교육의 1996년 6월 유상증자 과정에서 박지훈 씨가 4만6000주, 박철훈 씨가 2만 주를 각각 인수했다. 또 2000년 12월 무상증자 과정에서도 박지훈 씨가 110만 주, 박철훈 씨가 48만 주를 인수했다.
과세당국은 2010년 3월부터 6월까지 세무조사를 실시해 박 회장이 동생들에게 재능교육 주식을 명의신탁 한 것으로 보고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세무조사결과를 통지했다.
그러나 박 회장과 동생들은 당국의 과세에 반발해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했고, 감사원은 2014년 5월 무상증자 과정에서 박 회장의 동생들이 인수한 주식들은 증여의제 규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한 증여세는 취소했다.
한편 박 회장의 동생들은 과세당국으로부터 2010년 3월부터 6월까지 실시된 세무조사결과를 통지받아 그 무렵 과세처분이 부과됨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2011년 12월8일 출국해 12월21일 입국했다. 역삼세무서 담당공무원은 2011년 12월12일 박지훈 씨의 주소지에 1회 방문했지만 박 씨를 만나지 못해 현관문에 납세고지서 도착 안내문 스티커를 부착하고 돌아왔다. 그는 사무실로 돌아와 박지훈 씨의 출입국 조회를 한 결과 박 씨가 출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방문하지 않은채 역삼세무서의 게시판과 홈페이지에 고지서 발급사실을 게시한 다음 문자메시지로 공시송달 사실을 고지했다.
또 송파세무서 담당공무원은 2011년 12월12일 오후 2시 경 박철훈 씨의 주소지를 1회 방문하고, 다음날 오후 5시20분경 2회 방문했으나, 2회 방문하기 전인 그날 오전 10시47분경에 이미 공시송달을 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법에서 세무공무원이 2회 이상 납세자를 방문할 것을 먼저 규정하고, 이후 납세자 등이 부재중인 것으로 확인된 경우 공시송달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박지훈 씨가 부재중인 것을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2회 이상 방문하는 것이 공시송달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해석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공시송달의 입증책임은 과세당국에게 있는데, 박철훈 씨의 경우 과세당국이 언제 박철훈 씨의 주소지를 2회 방문했는지에 대해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담당공무원이 그날 오후 5시 20분 경 박철훈 씨의 주소지를 방문한 후 다시 세무서로 복귀해 세무서 게시판에 박철훈 씨에 대한 납세고지서를 공시송달 했다고 예상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박성훈 회장의 동생들이 증여세가 부과될 예정임을 알면서도 부과제척기간의 종기가 다가옴에 따라 부과고지서의 수령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출국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시송달의 요건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 적용돼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결국 "역삼세무서장이 박지훈 씨에게 한 증여세 64억원과 송파세무서장이 박철훈 씨에게 한 증여세 27억원의 각 부과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해 박 회장 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참고 판례 : 2014구합64384]
[조세일보] 염재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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