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펀드 투자]
한국의 최대 강점은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세계적 산업경쟁력 보유, 신산업도 성장 가능성 커
가계부채 조정, 디플레이션 방어가 관건
앞서 살펴본 세 나라(미국·중국·독일)는 펀더멘털 자체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이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처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 경제의 근간은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수출인데 이 구도가 여러 형태로 공격받고 있어서다. 당장은 세계 경제 회복 속도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글쎄. 한국 경제가 위기 아닌 적이 있었나?”
한국 경제 비관론에 관한 질문에 한 외국계 투자회사 대표가 했던 답변이다. 개인적으로 이 의견에 동의한다. 한국 경제가 늪으로 빠져들 것이냐 조금씩이나마 전진할 것이냐 묻는다면 대답은 후자다. 한국 경제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그 해법이 성장이든 구조개혁이든 한국은 어떻게든 적절한 길을 찾아갈 것이다.
첫째, 한국의 위기관리 능력은 세계 어딜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본격적인 경제 개발을 시작한 1962년 이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0년 동안 3766배 늘었고, 수출은 무려 4만3858배 증가했다. 세계 경제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적이다. 이 과정이 순탄했을 리 없다. 수차례의 위기를 넘기며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나라가 없어질지 모른다던 외환위기를 단기간에 이겨냈고, 2000년대 후반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도 가장 빠른 속도로 벗어났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은 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더 튼튼해졌다. 일단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나라다. 최근 적자가 늘고 있지만 한국의 재정수지는 여전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해도 GDP 대비 3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물론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하루 빨리 조정해야 한다.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미칠 연쇄 효과를 고려할 때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최대의 난제다. 넋 놓고 있다간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진짜 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
경상수지도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이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있고, 갑작스런 원화 강세가 찾아오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지만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적자보단 훨씬 낫다. 외환보유액 역시 지난 1월 말 기준 3622억 달러로 세계 7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약 20년 전 눈덩이처럼 불어난 외화 부채 때문에 구제금융이란 수모를 겪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우리나라에게도 미국 금리인상은 무서운 일이지만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가 심한 일부 신흥국은 금리를 올리기도 전에 공포에 떨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은 비교적 대응할 여력이 있는 편이다.
둘째, 한국은 중진국 중에서 산업 경쟁력이 가장 우수한 나라다.
경제 규모가 작을 뿐 산업 경쟁력만 놓고 평가한다면 당장 선진국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특히 전자·자동차·조선 등은 최상위권이다. 세계 최고라는 글로벌 회사들이 한국의 반도체를 쓴다. 삼성전자는 IT 플랫폼의 핵심인 스마트폰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파는 회사다. 지난해 잠시 주춤했지만 갤럭시S6를 통해 혁신 기업으로 재도약했다는 평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위상을 높이고 있다. 연 800만대 판매를 돌파한 현대·기아차 역시 글로벌 제조사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전 세계적인 수요 감소와 싸워야 하고 중국이 여러 분야에서 우리와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지만 추격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 한국은 도망갈 채비를 하고 있다. 전통적인 굴뚝 산업뿐만 아니라 IT와 서비스업으로도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한국은 자국 포털 사이트와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글로벌 기업에 내주지 않은 거의 유일한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기술에 민감하다는 한국 국민을 만족시킬 만한 제품과 서비스 수준을 갖췄다는 의미고, 얼마든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는 뜻이다. IT 업계에서 삼성의 뒤를 이를 새로운 스타의 탄생도 기대해 볼만하다. 한류를 중심으로 한 문화산업과 게임·의료·관광산업 역시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려면 미래 성장 동력을 선정해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도 한국은 비교적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추진력과 구조개혁에 대한 반발이 관건이지만 정부가 창조경제를 중심으로 비교적 방향을 잘 설정하고 있는데다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하는 인적 자원도 풍부하다.
셋째, 한국에겐 일본이라는 훌륭한 선생이 있다.
좋든 싫든 우리는 그들에게 배웠고, 여전히 배우고 있다. 한국은 일본이 버린 약 25년의 시간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특히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인 디플레이션을 일본을 통해 미리 공부했다. 디플레이션은 현재 한국 경제가 꼭 피해야 할 최대의 늪이다. 지난해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전년(0.9%)보다 0.3%포인트 낮은 0.6%를 기록했고,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 역시 수년째 1%대에 머물고 있다.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유럽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1990년대 초 일본은 자산 거품 붕괴, 부적절한 금리 정책과 소비세 인상, 구조개혁 실패 등이 맞물려 넉 놓고 당했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느냐 아니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결과를 알고 대비할 시간이 있다. 뿐만 아니다. 일본은 한국에게 고령화의 그늘, 대학의 부실, 청년실업 등 많은 경제·사회 이슈를 가르쳐주고 있다. 적절히 취하고, 버리면 된다. 이게 학습의 힘이다.
글.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jang.wonseok@joi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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