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펀드 투자]
‘3년 후’가 더 매력적인 나라들 ②중국
미국의 혁신 따라잡을 전 세계 유일한 국가
‘선진국 진입 통과의례’ 스스로 준비하는 무서움
신규 창업건수 한국의 100배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4년 만에 최저치인 7.4%를 기록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10%벽이 4년 전 붕괴됐고, 어떻게든 지키겠다던 8%도 2년 연속 무너졌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2013년까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8% 아래로 떨어진 적은 딱 3번 밖에 없었다. 1980년 전후 2차 오일쇼크, 인플레이션 대응에 실패했던 1990년,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때다. 이후엔 승승장구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9%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7%도 간당간당하다. 중국 국무부 산하 중국사회과학원은 2015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2%로 발표했다.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 역시 7.1%로 예상했다. 조금만 삐끗하면 6%대로 내려간다.
더 걱정스러운 건 아직 잠재된 악재가 표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일 큰 뇌관은 부동산이다. 부동산은 중국의 그림자 금융, 지방정부 부채 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거품이 급격하게 꺼지면 폭발력이 엄청나다. 과잉생산·재고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부담스러운 디플레이션 압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과 과잉생산에 따라 물가가 낮아진 건 호재지만 가격 하락 추세가 계속되면 ‘소비 둔화→생산 및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 여러모로 중국 경제가 위기에 처한 건 맞다.
그러나 달리 볼 여지도 충분하다. 중국은 여전히 7%대의 성장을 하고 있다. 15%씩 성장하던 때보다 성장세는 약해졌지만 중국의 덩치를 감안해야 한다. 중국의 GDP는 이미 10조 달러를 넘어섰다. 17조5,000억 달러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3위인 일본이 4조8,000억 달러 수준이니 엄청난 격차다. 이런 나라가 지금도 15%씩 성장한다면 그게 바로 과열이다. 금리로 따지면 원금의 차이다. 1,000만원을 넣어 받는 10%와 1억을 넣어 받는 10%는 이자가 10배 차이다. 이미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연 평균 7%만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도 어마어마하다. 연간 GDP 증가액만으로도 우리나라 전체 GDP의 80%에 육박한다. 이런 나라를 두고 침체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현재 중국만한 덩치로 이만큼씩 성장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물론 단기적으로 여러 형태의 조정을 피할 수 없고, 악재를 헤쳐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할 건 중국 정부가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말 시진핑 국가주석 등 최고지도부와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중앙경제공작회의의 주제는 ‘신창타이(新常態)’였다. 핵심은 성장 속도를 고속에서 중속으로 낮추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뉴노멀을 받아들이고, 고속 성장 과정에서 놓친 사회적, 제도적 미비점을 점검하겠다는 의미고, 이참에 값싼 노동력과 자본 투자에 의존하는 동안 발생했던 많은 부작용을 해결하자는 취지다. 강력한 구조개혁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 등이 골자다. 중국은 앞선 나라들이 선진국에 진입하며 겪었던 통과의례의 충격을 잘 알고 있다. 신창타이는 이를 최소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로 봐야 한다. 러시아·브라질 등 여느 신흥국과 다른 점이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기업의 혁신 역량과 맞물리면 몇 년 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아닌 산업과 금융을 아우르는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변신할 수 있다. 지금의 속도 조절은 악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혁신을 따라잡을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스스로 혁신 국가라 칭하는 나라가 많지만 규모 면에서 중국에 한참 못 미친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를 견제한 건 애플이 아니었다. 샤오미ㆍ화웨이 등 중국 제조업체였다. 아직은 중국 내 점유율만 빼앗아간 수준이지만 점점 세계 시장의 패권을 향해 도약하고 있다. 부품과 성능은 비슷한데 가격은 싸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오명을 벗어 던지려 수년 간 중국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혁신한 결과물이다.
창업도 활발하다. 알리바바 한 기업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 중국엔 제2의 알리바바를 꿈꾸는 기업이 셀 수 없이 많다. 지난해 중국의 신규 벤처창업은 291만 건에 달했다. 한국(2만9,910건)의 100배 수준이다. GDP는 중국이 한국의 7배 정도다. 지난해 1년 간 유치한 벤처투자 금액 역시 155억3,000만 달러(약 17조원)로 2013년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얼마 전 국무원 좌담회에서 “중국에서 1억 명이 창업하고 혁신을 일궈낼 수 있다면 촹커가 중국 경제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촹커’는 IT 기반의 혁신 창업자를 뜻한다. 말만 한 게 아니다. 중국 정부는 1월 400억 위안(약 7조원)에 달하는 창업 기금 조성을 발표했다. 창업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도 보강했다. 인프라와 생산 중심의 성장 모델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산업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촹커 뒤에는 14억 명이라는 엄청난 잠재 소비자가 있다. 알다시피 알리바바도 이를 바탕으로 고속 성장했다. 제2, 제3의 알리바바가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란 뜻이다. 몇 년 뒤 중국의 가치는 이런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글.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ubiquitous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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