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人]
‘네비게이터’ 펀드 8년 항해자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박현준 부장
한 펀드를 8년째 운용하고 있는 박현준 펀드매니저를 지난 10월 24일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만났다. ‘가치주’ 펀드나 ‘중위험 중수익’펀드가 주목받는 요즘, 대형성장주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스테디셀러’인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증권펀드’를 운용하는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펀드가 주목받는 시점, 수익이 높아진 시점에서 인터뷰는 자주 이뤄지지만 반대의 경우에 나서는 매니저가 드물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에서 펀드매니저로 첫발을 내디디어, 2006년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한국투신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박현준 펀드매니저는 줄곧 ‘한국투자 네이게이터’ 펀드를 운용했다. 9년 넘게 꾸준한 수익률을 내고 있고, 올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큰 수익률을 내고 있지는 않다. 하나의 펀드를 8년째 운용하는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 박현준 부장은 인터뷰 내내 ‘깊이 있는 사고’를 강조했다. 그는 시종일관 차분하면서도 솔직하게 답했다. 덕분에 펀드에 대해, 펀드매니저에 대해 구체적은 그림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박 부장은 스스로 ‘행운아’라고 칭했다. 우리나라에 펀드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기인 99년에 자산운용업계에 입문, 펀드 시장의 굴곡을 현장에서 겪으면 16년 동안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란다.
코스피 지수가 오랜 기간 박스권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어 대형성장주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에게는 좋은 상황은 아닌듯합니다.
박현준: “박스권 장세가 3년 정도 계속 되고 있어 굉장히 긴 편입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은 상황이라 매니저로서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점진적인 상승장이 제일 좋은 상황이고, 차라리 변동성이 큰 상황이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기도 하는데 밋밋한 박스권이 길어지니까 애로사항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펀드매니저가 하는 일이 고객의 자산을 대신하여 불려주는 일인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형성장주 펀드만 더 어려운 상황은 아닙니다. 저성장 기조가 정착된다 해서 지수가 오르지 말라는 법은 없고, 박스권에서는 항상 가치주가 더 수익이 좋다할 수도 없습니다. 중국 관련 대형주가 고전하면서 장기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좋았지요. 하지만, 상대 강도는 별도의 사이클로 봐야 합니다. 저희 펀드는 산업과 경제의 변화 방향을 읽으며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리한 국면이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장환경에서 ‘한국투자 네비게이터’펀드는 꾸준한 수익률을 유지하고, 펀드 규모도 1조 2,195억 원으로 초대형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운용 비결이 있나요?
박현준: “최근에는 가치주 배당주 펀드 밀려서 초라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펀드를 처음 출시할 때 약속했던 원칙을 잘 지켜왔고, 8년 동안 변함없이 제가 운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5명의 팀원과, 리서치 파트의 10명의 직원도 함께 도와주고 있지요. 시장 굴곡도 많았지만 크게 영향받지 않고 누적수익률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실적, 즉 트랙 레코드가 좋고, 항상 고객 중심으로 운용해온 점이 꾸준한 사랑을 받는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잠시 어려운 시점도 있지만, 다시 회복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2007년부터 지금까지 경쟁 펀드들이 늘 있었는데, 지금까지 경쟁하는 펀드는 몇 안 되고 깨진 펀드들이 많습니다. 펀드의 성과는, 펀드매니저의 실력은 단기에 판단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봐야 합니다.
짧게는 3년이나 5년, 길게는 10년을 봐야 펀드매니저의 실력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고객들의 자산을 대신 운용하는 것이기에 펀드매니저는 투철한 직업의식이나 사명감 책임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팀원들과 함께 더 좋은 종목을 싸게 사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비결은 없는 것 같습니다.”
훌륭한 펀드매니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팀워크, 회사의 시스템이 어우러져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인데요. 기본적인 요건이 잘 갖춰진다면, 결국 저평가된 대형성장주를 발굴해내는 것이 관건인데요. 어떻게 찾아내는 것인지요?
박현준: “왕도는 없는 거 같습니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장기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펀드마다 여러 개의 종목을 들고 있는데, 좋은 수익률은 결국 소수 종목이 결정합니다. 일명 대박주라고 하죠. 한두 개의 대박 주식을 오르기 전에 사뒀다가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장기적인 성장성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업과 해당 산업의 사이클,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가 갖춰졌을 때 가능한 일이죠.
일시적인 상황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안목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유망한 분야의 한 기업이 일시적인 요인으로 싸게 거래될 때가 있습니다. 해당 산업이 안 좋거나, 외부적인 경제 상황 때문인데요, 그런 종목을 찾아 최대한 오를 때까지 담아 놓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지금 이 펀드는 그런 종목을 많이 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8년 동안 한 펀드를 운용해왔는데, 처음에 보유한 종목과 지금 보유한 종목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종목의 변화는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박현준: “한국시장을 이야기할 때 중국시장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중국이 투자중심 경제에서 소비중심 경제로 전환된 점이 우리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 요소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2010년도까지 중국투자 붐이 꺼지지 않았기에 회복이 빨랐습니다. 중국이 원자재를 소비하고 자국의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하던 시기였기에 경기 민감주, 사이클이 큰 장치산업 석유화학, 철강, 조선 산업 등이 실적도 좋고 성장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투자 사이클에 수혜를 받는 종목들의 비중이 높았지요.
2010년 이후에는 중국 투자 사이클이 잦아들면서 시장 사이클이 변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 체질이 소비 중심으로 바뀐 것이죠. 중국 경제가 10% 성장할 때와는 달리 한국도 활력이 없어지고, 성장률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가 담은 종목도 소비 관련 종목들의 비중이 높아졌고, 투자관련 종목은 비중이 작아졌습니다. 8년 사이에 수혜주도 달라지고 선호하는 주식도 성격이 많이 바뀐 셈입니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중국 시장 호황에 기대어 성장하다 보니, 우리의 내재된 경제문제를 치유할 기회를 잃어버리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증권정보는 단순히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오류 및 지연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제공된 정보이용에 따르는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으며, 카카오는 이용자의 투자결과에 따른 법적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Copyright (c)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사 또는 글쓴이에 있으며 카카오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