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서는 가상의 재무제표 샘플을 만들어 봤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였던 우 대리가 회사를 그만두고 설립한 \'핀테크 리더\'라는 회사의 재무제표 중 기업의 적극적·소극적 재산 목록인 대차대조표(BS)를 살펴봤다. 이번에는 재무제표의 다른 한 축인 손익계산서에 대해 알아보자.
손익계산서(IS, Income Statement)는 기업에서 쓰는 가계부이다. 쉽게 말해 기업의 자본지출 목록표이다. 일정 기간 동안 모든 수익과 그에 대응하는 모든 비용을 기재해 경상 손익을 표시하고, 이에 특별손익에 속하는 항목을 가감한 다음, 법인세 등 세금을 뺀 것 모두를 기재한다.
손익계산서를 통해 회사의 영업활동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회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있고, 그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나타나 있다.
기업의 종류에 따라 자본지출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제철소는 설비투자(제철소 개보수 혹은 유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 금속 가공업은 원자재인 금속 매입비용이 크다. 유전을 시추한 뒤 일단 원유가 나오기 시작하면 자본지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사무실과 책상 등이 주요 장비인 광고회사도 인건비 이외에는 자본지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우 대리가 설립한 핀테크 리더는 자본지출이 제철소나 금속 가공업보다는 많지 않지만, 예산의 나머지 부분과 비교하면 전체 지출 중 자본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자본지출이 높은 것은 첨단산업의 특징이다.
1차 연도의 매출수입 항목을 보면 핀테크 리더가 9000만원 상당의 자체 개발 시스템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회사 예금 계좌에 있는 현금에서 25만원의 이자 수입도 발생했다. 따라서 지난 1년 동안 핀테크 리더가 벌어들인 총금액은 9025만원으로 기록됐다. 회계 용어로는 총수입이라고 한다.
총수입 아래 부분을 보면 \'비용\' 목차가 있다. 벌어들인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비용부분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회사나 섹터에 따라 항목이 달라질 수 있다. 핀테크 리더 비용 부분에는 원자재와 인건비, 판매관리비, 연구개발비, 감가상각비, 이자비용이 들어가 있다.
손익계산서의 1차 연도에 우 대리가 연구개발비로 2692만원을 쓴 것이 나타나 있다. 우 대리는 시스템의 성능을 개선해 경쟁자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비용을 아낌없이 지불한 것이다. 모든 기업이 핀테크 리더처럼 비용 항목이 반드시 많은 것은 아니다.
기업의 손익계산서는 주식에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회사나 섹터의 특징을 먼저 고려해보자. 여러 개의 햄버거 체인점을 소유하고 있는 롯데리아 같은 햄버거 제조 회사는 연구개발비가 매우 적게 들어갈 것이다. 햄버거의 품질 개선은 거의 불필요한 일이고, 판매사원은 최저임금으로 고용될 것이다.
묘목을 판매하는 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 연구개발비가 적게 들어갈 것이다. 이 회사는 나무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에 큰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또 묘목을 팔기 위해 노련한 영업사원을 채용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판매비용도 매우 낮을 것이다. 하지만 핀테크 리더와 같은 첨단 산업은 어떨까.
일단 영업사원이 증권 관련 시스템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저 임금의 영업사원을 쓸 수는 없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높은 연구개발비는 필수이다. 우 대리가 지출한 비용 가운데 일부와 연구개발비를 전문적인 용어로 임의비용이라고 부른다. 임의비용이란 우 대리가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아니라는 뜻이다.
자, 기업과 섹터의 특징을 파악했는가. 그럼 이제 질문해 보아야 한다. 그 기업이 자본집약적인 기업인가? 판매관리비와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가? 비용과 배당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자본집약적이고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으면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의 상당 부분이 비용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개발비를 줄이거나 공장시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낮은 가격에 높은 품질의 상품을 생산하는 경쟁업체에 밀리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를 줄이면 단기적으로 기업의 이익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익이 늘어나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커져 주주들은 행복해질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경쟁력을 잃고 경쟁업체에 뒤지면 배당금 잔치로 인한 기쁨은 일장춘몽이 될 것이다. 머지않아 회사는 배당금도 지급하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할 것이다. 우 대리는 주주를 기쁘게 해주는 것보다 회사의 미래를 믿고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했다.
다음에 살펴볼 것이 세전 수익이다. 핀테크 리더는 첫해에 세전수익으로 3333만원을 벌어들였지만, 세금으로 1333만원을 냈다. 결국 세금을 뺀 순수익은 2000만원이다. 우 대리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순이익은 대차대조표에서 이익잉여금(유보이익)과 동일하다.
핀테크 리더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액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하지만 2차 연도에는 연구개발이 안정화 돼 연구개발비, 원자재 및 인건비 등이 줄어들었다가 5차 연도에 다시 급격히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우 대리가 5차 연도에 투자금을 대폭 늘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주당 수익은 내가 한 주를 사서 그것을 회사의 이익과 연결했을 때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핀테크 리더의 주주는 1주 기준, 1차 연도에 2만원, 2차 연도에 51000원, 5차 연도에 15만원의 순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역사상 가장 짧은 회계학 강의를 들었다. 지금까지 서술한 내용을 토대로 실제 연차·분기보고서에 나와 있는 숫자들을 꼼꼼히 살펴보자. 모든 항목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감\'이 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세일보] 우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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