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수 대표가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이하 알리안츠자산운용)으로 돌아왔다. 알리안츠자산운용 전신인, 하나알리안츠투신 CIO로 지낸바 있는 정 대표는 7년 만인, 지난해 다시 왔다. 정 대표는 올해 6월로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정 대표는 1987년 국내 증시가 급속 성장하던 시절 금융계에 첫 발을 내 디뎌 증권, 보험사, 헤지펀드, 운용사 등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멀티형’ CEO다. 종합주가지수 300이던 시절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 2년 만인 1989년에 1,000포인트를 찍던 현장을 목도했고, 대우증권에 근무하던 시절 IMF를 겪었는가 하면 교보투자신탁운용 CIO 시절에는 미국서브프라임모지기사태와 맞닥뜨렸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수십 번 담금질하며 투자철학을 연마한 셈이다.
정 대표는 하나알리안츠투신 채권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생소한 개념이었던 '토탈리턴펀드'를 1조 원 규모로 운용하며 이름을 크게 알렸다. 평소 진취적이고, 활동적이어서 업무 면에선 승부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스타일로 ‘나폴레옹’으로 불린다.
나지막이 정갈하게 떨어지는 그의 말투는 전형적인 CEO 스타일이지만 인터뷰 시간이 흐를수록 편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정 대표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고 휴일이면 어김없이 영화관을 찾을 정도로 영화마니아다. 해외 출장길에는 자동차나, 세계적인 인물 등의 미니어처를 수집하는 동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퇴근 후 서재에서 홀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때,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며 산책할 때, 그가 가장 행복할 때란다. 취임 1주년을 지난 정 대표를 만나 이후 사업 방향과 투자 소신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여의도 알리안츠자산운용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대표로 취임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전신인 하나알리안츠 창업 멤버이신데, 어려운 상황에 돌아와서 부담도 컸을 것 같습니다.
정은수 :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하나알리안츠운용에 근무했고 초대 채권 CIO를 맡았습니다. 7년 만에 돌아와 보니 많은 변화가 있어 이에 적응하고, 또 앞으로 조직을 정비하느라 바쁘게 지냈습니다. 아시아지역 임원회의 참석 차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세계 각지에 있는 회사 시니어멤버들과 교류하느라 빠듯하게 보냈습니다.
지난 1년간 시장은 어려웠습니다. 액티브주식형에서 일부 공모펀드의 환매가 있었고, 업계의 추세이긴 하지만 저희도 예외가 아니어서 어려운 한 해였습니다.
급등과 급락 등 현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으셨기에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펀드매니저 후배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도 많았을 텐데요.
정은수 : 어려울수록 기본과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이야기해줍니다. IMF 시절 등을 돌이켜보며 반성하는 경험을 공유합니다. 운용하다 보면 언제나 좋을 수 없는 법, 언더퍼폼(underperform, 수익률 하회)했을 때, 당황하지 말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마치 길을 잃었을 때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길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운용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후배들의 성과에 대해 피드백을 하고 코칭을 해줍니다. 회의 같은 공식적인 자리보다는 점심이나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조직을 정비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취임 이후 조직에는 어떤 변화를 시도했는지요?
정은수 : 기존에 국내주식과 국내채권 중심으로 운용해왔는데, 현재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서는 전통적인 투자 이외에 대안투자 쪽도 고객에게 서비스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멀티에셋팀을 신설했고요. 이 팀이 절대수익형 펀드라든지, 동적 자산배분을 수행하는 펀드라든지, 보험사나 연기금에 전략적 전술적 자산배분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멀티에셋팀이 인컴 상품도 런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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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국내주식과 국내채권 중심으로 운용해왔는데, 현재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서는 전통적인 투자 이외에 대안투자 쪽도 고객에게 서비스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멀티에셋팀을 신설했습니다."
'알리안츠 인컴앤그로스 증권모투자신탁[주식혼합_재간접형]'도 신설된 멀티에셋팀의 런칭한 거군요. 펀드 설정 후 6개월 만에 순수 리테일만 1,3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고객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은수 :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즉 AGI 펀드 중에서 인컴앤그로스가 있는데 서울에서 재간접형펀드로 런칭하였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좋은 성과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컴앤그로스는 인컴(이자와배당)과 그로스(성장)에 공히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1/3을 미국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고 1/3은 전환사채(CB)에, 1/3은 우량주식과 커버드콜포지션이 걸리는 부분에 투자합니다. 정확한 3분법에 의한 투자를 미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겁니다. 인컴앤그로스는 설정 이래 8년 정도 연간 9%를 꾸준히 배당해오고 있습니다.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와 주식에서 배당,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 등의 인컴이 생기고 주식시장이 상승하면 전환사채와 보유 주식이 상승분을 반영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전환사채와 우량주식을 통해 성장 부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취임 기자회견 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전제로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하였습니다. 예측이 어느 정도 적중한 거 같은데요. 올해는 투자 방향과 투자처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정은수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기조 속에서 세계 경제는 크게 보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회복세가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으로 수혜가 있을 것입니다. 중국 경제는 개혁과 질적 성장 국면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경향이라 성장둔화세가 전망됩니다. 우리나라는 북핵문제나 기타 우리 기업의 경영투명성 문제과 낮은 배당률 탓에 여전히 저평가된 부분이 존재합니다. 하반기가 되면 2,000선 위로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지금, 펀드에 가입하고자 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펀드를 선택하면 좋을까요?
정은수 : 저금리 상태이고, 주식시장도 제한적인 상승세이니까 인컴게인(income gain: 이자 및 배당소득)쪽에 지속적인 관심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중위험, 중수익군 상품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지난해 양적완화(QE)가 축소되면서 이머징국가의 약세를 걱정했는데, 우려했던 것만큼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여전히 이머징국가 화폐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가 약세인 상황이니까요. 선진국 일변도보다는 일부 이머징국가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괜찮아 보입니다.

금융시장 현장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경험 하셨는데요. 대표님의 투자철학이 궁금합니다.
정은수 : 결국 장기분산투자가 이긴다는 것입니다. 소극적인 투자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성공한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저는 액티브 매니저입니다. 철저한 바텀업 리서치를 통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죠.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투자자의 성향에 맞는 위험 수준을 정하고, 투자의 목적과 재무상황에 맞게 분산투자 해야겠죠.
제 주변을 돌아봐도 액티브 투자자들은 한 종목에 대해 3~5년을 보유하여 5~10배 수익률을 올리더군요. 7~8년 내에 몇 십배의 수익을 낸 투자자도 있고요. 미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고, 자금 여력이 있다면 저평가된 회사의 종목을 5~10개 정해 묵혀두면 충분히 높은 수익률을 낼 것입니다. 사실 저도 개인적인 투자 성과는 그리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하하)
저는 재산의 30%는 부동산이고요, 나머지 40%가 국내외 주식 펀드에 들어가 있고, 나머지 30%는 예금성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외 아울러서 제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성과는 좋은 조직, 좋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겠지요. 대표님은 평소 좋은 조직, 좋은 직원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부분을 강조하시는지요? 어떤 스타일의 리더이신지요?
정은수 : 직원 간의 신뢰, 상호존중이 좋은 조직을 만드는데 기초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조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좋은 사람은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또한, 저는 부서 간의 하모니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두루두루 둥글둥글하고 직원을 대할 때 합리성의 관점에서 대하려고 합니다. 권위적으로 대하기보다 편안하게 직원들과 소통하기를 원합니다. 강한 리더십보다는 부드러운 리더십이라 볼 수 있고요.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직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인물이나 멘토가 있는지요?
정은수 :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책을 자주 읽는 편인데, 역시 세종대왕이 훌륭한 지도자라 생각합니다. 세종대왕은 통치 이념은 민본주의였습니다. 또한, 세종대왕은 합리적인 리더였지요. 한글창제를 반대하는 수많은 신하를 내치지 않고 설득하고 수용하며 함께 나아갔습니다. 리더의 전형으로 존경합니다.
시장에서는 핌코의 창업자인 빌그로스를 존경합니다.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읽는 능력과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익을 돌려 드렸던 분이죠.
CEO란 자리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긴장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보람을 느낄 때도 있을 거 같습니다.
정은수 : CEO로서 사업 계획을 세우고 목표에 도달했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 결과 주주들에게 인정받았을 때 성취감도 느낍니다. 직접 뽑았던 후배들이 날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도 뿌듯합니다. 신입사원 후배가 제법 규모가 큰 펀드를 운영하고 월급도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내 일처럼 기분이 좋아집니다.
글: 김성숙 / 사진: 지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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