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의 원인은 애플?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심상치 않다. 특히 지난주에 나왔던 폭락은 지난 7월말 이후 거의 2달여 만에 출현한 것으로서 Fed의 기준금리 조기인상 시사과정에서 나왔다는 점, 애플을 위시한 나스닥 기술주들의 폭락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로 하여금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난주 목요일(미국 현지시간)에 나온 폭락의 충격이 컸다. 그래프를 막론하고 제일 오른쪽에서 두번째 있는 거대 음봉이 그날 있었던 일을 잘 말해준다. 바꿔 말하면 현재의 하락세에 쐐기를 박은 거나 다름없다. 그게 설령 단기 조정에 그치더라도 말이다.
미국 S&P500 일봉차트
미국 나스닥 일봉차트
미국 다우지수 일봉차트
목요일날 이들 지수의 하락폭은 각각 1.6%, 1.5%, 1.9%에 달했다. 다행히 하루 뒤인 금요일날 이들의 만회폭은 0.9%, 1%, 1%를 기록해 투자자들을 다소 안심시켰다. 이들 중 투자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지수는 역시 나스닥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애플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당연히 나스닥의 대장주는 애플이다.) 시장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아이폰 6가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고 그에 따라 주가도 양호한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도 이날만큼은 주가폭락이라는 태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애플 주가는 이날 하루동안에만 무려 3% 가까이 빠지고 말았다.
최근 애플주가 차트(검은 화살표가 3% 폭락했던 날)
혹자는 이날 있었던 미국시장 폭락의 원인으로 애플을 지목하고 있다. 이런 의견은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틈틈이 들을 수 있었는데 이들이 내세웠던 근거는 주로 애플실적 부진, 즉 아이폰6의 수요 폭증현상이 그리 길게 가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었다. 이에 따라 애플주가는 조만간 하락할 수 밖에 없고 동시에 거품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나스닥 기술주들의 하락을 촉발해 전체 시장이 하락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장기적으로 보면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날 있었던 폭락의 원인으로 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단 '애플발 주식시장 폭락 시나리오'부터 짚고 넘어가보겠다. 이름하여 '글 속의 글' 코너가 되는 셈인데 애플 주가에 관심 많은 분들께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애플을 둘러싼 최근 이슈들 정리
1. 애플주가는 지난주 목요일날 3% 넘게 빠져 결국 100달러 아래에서 마감.(97.87달러) 다행히 금요일날 다시 100달러대를 회복.
2. 나스닥 전체 주가까지 빠지게 만들었다는 '애플 폭락설'에 대해 월가 전문가들도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는 입장. 그저 막연하게 이날 애플의 폭락원인을 추정하고 있을 뿐임.
3. 그나마 폭락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는 2가지가 꼽히고 있음. 첫번째는 최근에 배포된 iOS8 업그레이드 문제임. 일부 사용자들의 폰에서 업그레이드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제대로 됐더라도 기존 버전보다 배터리가 더 빨리 닳는 등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음. 무엇보다 업데이트를 했더니 통화 및 데이터 통신기능이 차단됐다는 제보가 결정적이었음. 이런 이슈가 애플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주장.
두번째는 인터넷을 강타하고 있는 밴드 게이트(Bendgate, 바지 주머니에 아이폰 6를 넣고 앉을 경우 아래 사진처럼 구부러진다는 것) 현상임. 역시 이 이슈가 주가폭락을 촉발했다는 주장도 있음.
하지만 이걸 애플 주가 폭락에 연결시키기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상황. 무엇보다 대다수 사용자들이 아닌 일부 사용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밝혀졌기 때문.
그러니까 이렇게 휜다는 말씀. 우리나라는 아직 출시가 안돼서 확인이 불가능하다.
4. 모든 걸 종합해볼 때 이런 이슈들은 애플에게 있어 그저 '작은 소동'으로 지나갈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iOS 업데이트 에러건'의 경우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은 과거 이런 오류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점을 파악해 재빨리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를 보여왔다.(물론 애초부터 이런 오류들을 발생시키면 안되는 거였지만 그래도 깨끗이 인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어디인가!) 반대로 하드웨어 이슈에 속하는 밴드 게이트의 경우 한창 불이 붙어있는 아이폰 6 판매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비슷한 사례, 즉 애플이 아이폰 4 출시 당시 안테나 게이트로 곤혹을 치렀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현재 폰이 휘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안테나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고 했던 사람(안테나 게이트)보다 훨씬 적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이런 딴지(?)는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항상 있어왔다. 일단 인터넷상에서 애플에 대해 누군가 딴지를 걸면 그 경중에 상관없이 무조건 이슈가 됐던 것이다.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앉았더니 아이폰이 맥없이 휘어졌다는 얘기는 분명 화제성이 담긴 이슈다. 하지만 이 '밴드 게이트'가 처음으로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애플 주가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장은 아이폰 6가 휘어진다는 이슈를 별로 중요치 않게 생각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장은 왜 시큰둥하게 반응했을까? 바지 안에 휴대폰을 넣은 채 앉으면 휘어진다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휘어지게 하지 않으려면 바지에서 휴대폰을 빼내고 앉으면 된다. 유리나 금속 소재로 만들어진 그 어떤 것도 압력이 가해지면 휘어지기 마련이다.
아이폰4가 발표되자마자 불거졌던 안테나 게이트도 이와 비슷했다. 휴대폰 테두리를 잡고 있을 경우 휴대폰 신호 강도가 감소한다는 것인데 이게 엄청난 이슈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당시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스티브 잡스는 일정을 축소하고 허겁지겁 캘리포니아로 돌아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컨퍼런스를 개최할 정도로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왔던 것이다. 당시 애플은 안테나 게이트로 불안해하던 고객들을 위해 아이폰 케이스를 증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폰 자체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단 사실이다. 안테나 게이트는 말 그대로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했고 대다수 고객들 역시 이를 '하찮은' 이슈쯤으로 여겼다. 2010년 6월에 첫 선을 보인 아이폰 4가 지금도 역시 전세계에서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해준다.
안테나 게이트가 이 정도로 끝났는데 이번에 불거진 밴드 게이트는 이 정도 이슈도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투자자들 역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설령 아이폰의 외관이 압력에 못이겨 구부러진다 한들 그건 폰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하등 없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애플 주가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부정적 소식 2개는 조만간 흐지부지 될 확률이 높다 하겠다. 바꿔 말하면 애플주가 폭락과 연결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뜻.
5. 따라서 이날 있었던 애플의 주가 폭락은 애플 자체 문제가 아닌 시장 전체가 폭락한 유탄을 맞은 격이라 하겠다.
*마술사가 꼽은 시장 폭락의 원인 8가지
자, 그렇다면 이제 글의 초점을 애플에서 전체 시장으로 옮겨보자. 전체 시장이 갑자기 폭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파악한 바로는 다음과 같다.
1. 이평선의 붕괴
S&P500이 최근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이평선을 깨고 내려감에 따라 거대 기관투자자 한곳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250개 가량)을 전량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것도 지난주 목요일 장이 열리자마자 말이다. 250개 종목이란 엄청난 포트폴리오, 거기다 장이 시작되자마자 S&P500 분봉이 보인 추이를 감안한다면 이 기관투자자가 운용하는 자금규모는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왜 하필 이날 빠져나갔을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세미나에서 공개하거나)
이평선 붕괴에 따른 기술적 매도 증거, S&P500 궤적
9월 25일 장이 열리자마자 폭락하기 시작한 S&P500(1분봉)
2. 경기둔화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주가 뿐만 아니라 구리, 금&은, 유가가 모조리 하락했다. 국채금리까지 하락한 마당에 주가만 멀쩡하길 바라는 건 어떻게 보면 엄청난 욕심이라 할 수 있다.
국제유가(WTI)
구리
은
미국 10년물 금리
3. 정크본드
전에 언급한 바 있지만 현재 미국 정크본드 시장이 심상치 않다. 정크본드를 매매하는 거대 브로커 중 한곳이 정크본드에 대해 숏포지션을 취했고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식시장 메이저 플레이어들 사이에 헤징수요, 즉 선물 매도가 폭증하는 바람에 주식시장이 충격에 빠졌다는 견해가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시나리오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선물수급과 정크본드 그래프의 분봉을 나란히 비교해봤더니 이 둘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최근 정크본드 인덱스 추이(이 그래프를 잘 봐두길 바란다.)
4. 대규모 매도
똑같은 매도라 해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다르다. 문제는 이번 폭락의 주범이 대형 채권 운용사였다는 것. 주식 운용사가 아닌 채권 운용사라......이러면 향후 전개과정이 상당히 재미있어진다.(이미 어디인지 눈치챈 사람이 있을 것이다.)
5. 엔화
다시 약세의 길을 걷는가 했던 엔화가 지난주를 기점으로 잠시 요동쳤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일본 연기금 펀드에 대한 세간의 우려가 첫번째로 꼽힌다. 이는 일본 연기금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연기금 자체에 대한 걱정이라는 것을 잊지말 것.
최근 엔/달러 그래프(녹색부분이 엔화가 강세를 보였던 구간)
6. 헤지펀드
미디어&엔터테인 업체에 주로 투자하는 월가 중형 헤지펀드가 지난주 자금난에 봉착했다는 루머가 퍼졌다. 솔직히 이런 이슈는 메인이슈가 아닌 곁가지 이슈라고 보여진다. 단 주가폭락을 돋군다는 점에서 확실히 따져볼 만한 가치가 있다.
7. 테러
오바마의 IS공습결정에 따른 미국 및 서방국가들에 대한 동시다발적 테러 우려가 주식을 폭락시켰다는 의견도 있다.
8. 국제상품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은 글로벌 자산을 가리지 않고 연출되고 있다. 최근 국제상품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여기서 촉발된 하락세가 주식시장을 오히려 뒤흔들었다는 것. 시장 변동성면에선 몸통이 꼬리를 흔드는 구조로 가고 있지만(국제상품 시장도 재미없기는 매한가지) 가격하락을 촉발한다는 점에선 구태여 몸통, 꼬리 구분을 할 필요없다.
끝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는 국제상품 인덱스(참고로 전 상품을 망라한다.)
*최종결론: 3줄 요약
1. 애플보다 수급에 신경쓸 때다.
2. 기술적 분석의 중요성이 커지는 때다.
3.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분석은 별도로 하지 않는다. 이유는 잘 아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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