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과연 어디쯤에 있나?
사실 오늘 등장하는 그래프들은 예전에도 등장시킨 적이 있다. 작년 7월에 미국 주가지수의 위치를 대강 살펴보는데 인용한 적이 있으며(S&P500, 현재 위치는 어디쯤?) 그 이전에는 S&P500의 유구무구한 역사를 보여드리는데 요긴하게 사용한 적이 있다. 혹시 S&P500이 140년 동안 움직인 궤적을 보고싶다면 한번 보고 오길 바란다. 어차피 바로 아래 나오긴 하지만.(주가지수 140년의 역사-1탄)
당시 필자가 붙였던 글 제목에 유의하기 바란다. '주가지수 140년의 역사'로 정해도 될 것을 굳이 맨 뒤에 1탄이란 사족을 붙임으로써 가까운 시일내 반드시 후속 글을 써야 한다는 자폭성(?) 플레이를 펼치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1탄 글 이후 2탄은 기약없이 무작정 미뤄지기만 할 뿐이었다. 한마디로 자승자박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솔직히 글을 쓴 필자조차도 1탄을 언제 썼는지 가물가물하다.
따라서 오늘 글은 필자 스스로 옥죄고 있던 질긴 끈을 어느 정도 풀어버리는데 의의가 있다 하겠다. 독자 여러분께는 지칠줄 모르고 고점을 갱신하고 있는 S&P500의 현 위치를 과거 궤적과 비교해봄으로써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비록 제목은 저렇게 지었지만 엄밀히 말해 오늘 글의 부제는 '주가지수 140년의 역사-2탄'가 되는 게 옳다고 본다.
가장 먼저 등장시킬 그래프는 실질 S&P500 그래프다. 1880년 이후 현재까지 무려 130여년간 S&P500이 움직인 궤적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1탄 글을 쓴 때가 2012년 11월이었으니 거의 2년만에 2탄을 연재하는 셈이다. 당연히 그 사이의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그래프를 새로 그렸다. 하지만 몇탄이라는 숫자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 그래프를 등장시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는 뜻이다. 사실 아래 그래프 하나만 봐도 오늘 글의 효용은 충분하다 생각한다.
1880년 이후 실질 S&P500 그래프
이 그래프의 주요 특징을 알려드리겠다.
-이 그래프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명목 S&P500 그래프가 아니다. 각 시대(원래 1870년대부터 시작하므로 140년의 그래프가 맞다. 하지만 오늘은 1880년부터 보여드린다.)의 인플레이션이 달랐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반영해준 '로그 그래프'다. 우선 그래프를 가로지르고 있는 빨간선에 주목해보자. 이는 지난 140년간 주가가 우상향 추세를 그렸다는 걸 확실히 증명해준다. 단기적으로는 등락이 심했을지언정 장기적으로 봤을 땐 주가가 분명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는 주식 강세론자들과 가치투자자들의 주장을 충실히 뒷받침해준다.
-지난 140년간 주가가 가장 낮았던 시기는 1920년과 1932년이었다.(A와 B지점) 반대로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00년 IT버블 때였다.(C지점)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7년 레벨(D지점)은 2000년 수준에 약간 못미친다.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의 충격은 2000년 IT버블 때보다 훨씬 컸다. IT버블이 터졌을 때 하락폭은 -46%였던 반면 서브프라임 때의 하락폭은 -52%였다. 그 직후 현재까지 주가는 130%나 상승한 상황이다. 이 130%라는 수치를 알아두는 게 무척 중요한데 '명목 S&P500'으로 따져봤을 경우 이 수치가 151%나 되기 때문이다.(2009년 1월부터 어제까지의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해보시길) 즉 객관적인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2009년 이후 주가 상승폭은 소폭 낮아진다는 걸 알 수 있다.
2000년 이후 주요 위기 당시 하락폭 그리고 반등폭 비교(미국 S&P500)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위치(F)가 2007년 수준을 넘어서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역대 최고치였던 C지점에 거의 육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기술적 분석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전고점 저항에 점점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명목 S&P500 그래프에선 전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다.
명목 S&P500 그래프. 여기선 이미 전고점을 넘어선지 오래다.
하지만 실질 그래프로 변환해 본다면? S&P500은 지금 바야흐로 전고점에 다다르고 있다!
역대 1차 전고점 돌파, 2차 전고점에 육박!
-S&P500은 길게 보자면 1995년부터, 짧게 보자면 2009년 초부터 정상궤도를 벗어나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빨간선과 격차가 벌어질 수록 평균 상승세 이상으로 지수가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일단 지금 쓴 내용들만 해도 도움이 됐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보여드릴 게 아직 많이 남았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다음으로는 위 그래프(실질 S&P500)에 한개의 그래프를 추가하고자 한다. 바로 아래 그래프다.
인플레이션 조정 PER 그래프(미국 S&P500)
그렇다면 이 그래프는 과연 어떤 것인가? 각 시대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조정해준 PER 그래프라 보면 된다. 이 그래프를 등장시키는 이유는 1)주가 그래프와 마찬가지로 지난 140년간 인플레이션이 천차만별이었기에 S&P500 소속 기업들이 거둔 이익수치를 비교가능하도록 객관화시켜야 하며, 2)역시 각 시대별로 S&P500을 움직인 주도주들의 구성이 상이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1880년대는 면직물 회사들이 시총 대형주들에 속했다. 지금은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엑손, 애플과 같은 에너지, IT주들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3)무엇보다 역대 정점을 찍었던 시기들에 대한 상대적, 복합적 비교분석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명목이든 실질이든 주가 그래프 하나만 가지고는 종합적인 비교가 불가능할 뿐더러 펀더멘털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PER에 대한 고찰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위 그래프와 먼저 살펴봤던 실질 S&P500 그래프를 합쳐보겠다. 이렇게 하면 S&P500이 인플레이션 추이에 따라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리고 특정시기의 주가가 PER대비 오버해서 움직였는지 아니었는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보통 PER이 높아진다는 것은 주가 역시 높아진다는 걸 뜻한다.(물론 '이익과 비교했을 경우'다.) 하지만 여기 두가지 요소에(주가지수와 PER) 인플레이션이란 요소를 첨가할 경우 둘 사이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이버전스를 보이게 된다. 최소한 우리가 맹목적으로 들여다보는 명목 주가지수, 명목 PER보다는 훨씬 그렇다는 말이다. 일단 그래프부터 보고 얘기하자.
인플레이션 조정 PER(회색선) vs 실질S&P500(파란선)
사실 둘 사이의 관계가 느슨해질 수 밖에 없는 까닭이 있었으니 바로 두 그래프 각각에 투입하는 인플레이션 데이터의 특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여기선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그렇다면 위 그래프로 알 수 있는 것들은 뭘까?
1. 두 선의 궤적은 거의 일치하는 흐름을 보인다.
방금 전 말했지만 '기본적으로' PER과 주가는 동일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필자가 회색선 위에 별도의 알파벳으로 표시해놓은 부분들은 (인플레이션 조정)PER의 주요 고점, 저점들이다. 이 지점들과 바로 위에 있는 파란선의 고, 저점들을 매치시켜보기 바란다.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얘긴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주가를 '장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결국 기업 이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 하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둘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큰 틀에선 같다. 하지만 일부 변곡점 부분에선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알파벳으로 표시한 부분들 위주로 살펴본다.
A부분: 파란선, 즉 실질주가는 고점을 연달아 형성했지만 PER은 이미 진작부터 고점 레벨을 점점 낮춰왔다. 그 결과 어떻게 됐는가? 1910년대말부터 주가 대폭락이 연출됐다. 즉 주가와는 달리 PER 그래프에선 이미 폭락의 전조현상이 출현하고 있었던 것. 사각형내 빨간 화살표의 궤적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B부분: 1929년의 고점과 1966년의 고점을 연결한 선이다. 1966년에 형성된 고점을 보자. 주가상으로는 1929년의 고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PER상으로는 1929년의 고점보다 낮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즉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기업들의 이익은 1929년 때보다 좋지 않았다는 뜻. 당연히 주가도 1929년 레벨에 비해 훨씬 고평가될 수 밖에 없었다.
C부분: 이 부분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과 속사정이 전혀 다르다. 주가도 물론 저점을 찍었지만 PER상으로는 타격이 훨씬 더 컸다. 회색선상의 C점 위치는 역대 최저치 3위에 해당될 만큼 매우 낮았다. 반면 주가는 그렇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선방했다는 뜻.
D부분: 누차 말했듯 주가의 최고치는 2000년 IT버블 때였다. 이는 PER도 마찬가지였다. 회색선상의 최고치 역시 D부분이다. 단 주가 그래프와는 달리 회색선은 1929년 고점보다 크게 오르지 못했다. 이 얘긴 IT버블 때 폭등했던 주가에 비해 S&P500 기업들의 이익이 그만큼 증가하지 않았다는 걸 뜻한다.(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면 두 선상에서 D부분의 '상대적' 위치를 확인해 보라.) 그런데 이는 당연한 결과일 수 밖에 없다. 당시 이윤이 크게 늘어났던 기업들은 주로 IT기업들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 이전에 IT섹터의 비중이 어느 정도 큰 상태에서 이런 황금기를 맞았다면 회색선의 위치도 지금보다는 더 위로 올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비중이 미미한 상태에서 이런 버블을 맞았으므로 S&P500 전체 기업의 이윤 증가폭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반영된 게 바로 회색선상의 D지점이다.
E부분: 이 그래프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이다. 2007년 미국 주택 붐이 일어날 당시 PER은 2000년 레벨에 비해 훨씬 낮았다. 이는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까지의 경기호황이 생각보다 기업들의 이익상승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걸 뜻한다.(주의사항: 어디까지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내용이다.) 물론 전체 그래프에 비해선 높은 레벨에 있었지만 D지점에 비해선 턱없이 낮은 위치다.
F부분: 바로 현재 위치다. 주가상으로는 이미 2007년 고점을 넘어섰다.(이미 위에 다 써놓은 얘기) 문제는 회색선이다. 주가와는 달리 이제서야 겨우 2007년 레벨에 도달한 게 드러난다. 엄밀히 따지면 2007년 고점을 약간 하회하고 있는 상황인데(회색선의 E, F 위치비교) 이게 중요한 이유는 바로 앞 E부분에 써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S&P500 기업들의 실적이 E는 말할 것도 없고 D부분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미국 민간, 기업분야를 위시한 미국경제 전체가 회복세에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이제 겨우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 레벨을 회복한 상황에서 주가는 이미 전고점을 차례로 넘어섰고 역대 최고치인 D지점(파란선의)에 육박하고 있으니 주가에 거품이 끼어도 단단히 끼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치기로 한다. 내일 혹은 모레 등장하는 3탄 글을 기대해주시길! 오늘은 쿨하게 단 1줄 요약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겠다.
*최종정리: 1줄 요약
-미처 등장시키지 못한 그래프가 하나 있다. 앞에 이미 인용했던 인플레이션 조정 PER 그래프다. 140여년간 각 수치들이 머무른 구간을 5분위로 나누어 계산해본 것인데....현재 수치(가장 오른쪽의 27~28)가 속해 있는 구간은 다름아닌 제 1분위다. 이 얘긴 현재 PER이 지난 140년간 기록했던 모든 데이터 중 상위 20%에 든다는 뜻. 단순히 현재 레벨, 빨간선만 봐도 그렇다. 역대 현재 지점까지 선이 올라온 적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이 얘긴 현재 주식시장이 상당히 고점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 된다. 왜냐? 과거 빨간선 위로 회색선이 올라왔을 때 주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확인해보자. 물론 판단은 당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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