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는 운용 성과를 검증받아야 하는 힘든 직업이다. 그러나 이영석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은 20년 넘게 한 직장에서 펀드 매니저로 활동해온 운용 전문가다. 성장과 균형을 중시한 투자 철학을 내세우는 그는 ‘한국투자마이스터펀드’를 2006년부터 운용하고 있다.
원래 법학 전공자인 이 본부장은 주식투자와 운용에 흥미를 느껴 1990년 한신증권(동원증권-동원투신-한국투신 전신)에 입사해 맏형 펀드매니저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젠틀한 모습과 달리 펀드를 운용할 때만은 매서운 눈초리로 유망한 종목 발굴과 전략 짜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 본부장. ‘펀드인’에서는 가치와 성장 중심의 균형적인 안목으로 한국투신의 주식형펀드 운용을 전두 지휘하며 늘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과로 시장과 싸우는 이 본부장을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20년 가까이 시장과 싸워 이기는 스트레스를 등산과 명상수련으로 풀어 나간다는 그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소신 있는 투자 철학을 지닌 펀드매니저의 본보기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원래 서울대에서 법학전공을 하신 것으로 안다. 어떻게 펀드매니저가 되었나?
이영석: 법대 출신이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리는 대신 1988년에 LG화학에 입사했다. 굴지의 대기업이었지만 일반 제조업이고 업종 특성상 보수적이어서 늘 똑같은 생활이 반복됐다. 24시간 같은 나날이 지속되니 좀 지루한 나날이 계속 될 쯤 당시 증시 상황이 좋아 개인 주식 투자를 짬짬이 하면서 주식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한신증권에서 공채 입사를 시작한 것을 접하고 진로를 과감히 변경했다. 1990년 한신증권에 입사한 후 2005년 동원증권이 운용사를 신설하는데 초대 멤버로 합류해 지금까지 한 직장에서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웃음) 지금 펀드시장에서 각 분야에서 최고의 고수로 이름난 가치주의 대가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 김성진 미래에셋 채권부문 대표도 당시 한솥밭을 먹은 동료들이다. 현업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그들을 지켜보면 뿌듯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원동력도 생긴다.
현역 펀드매니저 중 최장수(22년) 운용역에 속한다. 비결이 궁금하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나.
이영석: 지난해 4월 주식운용본부 본부장이 되면서 한국투신운용의 주식운용을 전반적으로 총괄하고 있다. 각 전문 분야 펀드들의 운용팀장들이 따로 있기 때문에 투자전략을 세우는데 같이 고민한다. 대표펀드인 ‘마이스터펀드’를 비롯 기관투자자들이 아웃소싱한 사모형, 공모형 장기연금 펀드도 직접 운용하고 있다. 오랫동안 펀드매니저로 활동한 비결이라면 (웃음) 아무래도 오랜 기간 파란만장한 금융시장의 변화를 체험해왔기 때문에 일희일비 않는 투자 철학이 통한 것 같다. 사실 액티브펀드는 성과를 입증해야 하므로 장수하기 쉽지 않고 액티브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도 마찬가지인데 운도 좋았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화려한 성과보다는 꾸준히 안정적인 성과를 냈던 점도 장수 펀드매니저로서 자리매김한 원동력이 된 것 같고.
장기간 늘 일정한 수익률을 내기로 정평 났는데 펀드매니저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나. 그리고 투자 철학도 궁금하다.
이영석: 유망 종목을 발굴해야 하는 펀드매니저 직업상 기업탐방(IR)이나 투자설명회(NDR)을 자주 접하는데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을 보게 되면 매우 짜릿하다. (웃음)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느낄 수 없는 트렌드에 따르거나 문화를 간직한 기업을 직접 발굴하거나 그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이를테면 인터넷 관련 기업, 게임모바일 기업 등을 처음 접했을 때 너무 창의적이어서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설?던 기억이 난다. 투자 철학이라면… 원래 한국투신은 가치주를 중요시한다. 그래서 현재 성장주(액티브)펀드를 운용하지만 자연스럽게 가치주와 성장주의 균형적 안목을 중시하는 투자 철학이 각인된 것 같다. 때문에 시장 변동성에도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이고 꾸준히 운용하는 투자 철학을 중요시한다. 지나친 분산투자보다는 핵심 우량 종목을 선별해 장기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해해 달라.
올해 주요 비전과 운용 전략이 있다면.
이영석: 크게 두 가지를 갖고 있다. 작년부터 가치주운용사들의 선전이 지속되고 있는데 저성장 국면 속에 일관된 운용 철학과 기업분석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점을 높게 사고 있다. 올해는 전년 대비 나은 장세가 예상되므로 우선 바텀 업 전략의 리서치를 강화해 종목 발굴에 힘 쓸 예정이다. 또 과거엔 가치주의 강세가 한 번씩 유행처럼 열풍이었다가 사그라지곤 했는데 이번 사이클은 다른 것 같다. 앞으로도 가치주 사이클은 위축되지 않고 의미 있는 비중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은 판단이다. 가치주전문 운용사이자 계열사인 한국밸류자산운용도 있지만 자체적으로 가치주 운용 역량 강화를 키울 예정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주식운용본부 내에 ‘가치주운용팀’을 신설했다. 가치투 투자 성격을 지닌 관련 신상품 펀드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펀드온라인코리아, 소장펀드 오픈 등 유달리 펀드 시장에 굵직한 이슈들이 많은데 업계 직접적 관계자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이영석: 펀드시장 종사자로서 펀드온라인코리아의 오픈은 상당히 의미 있게 바라본다. 물론 기대도 크다. 그동안 침체된 펀드시장이 재도약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랄까. 과거에는 펀드 주요 판매 채널들이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 관행이 커서 고객 입장에선 다양하고 성과가 검증된 펀드에 대한 선택에 제약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펀드온라인코리아 출범으로 고객들 입장에선 본인들의 투자 성향에 적합하고 저렴한 보수의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고객에게도 좋고 운용사에게도 좋은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윈-윈 효과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성과가 좋았음에도 주력 계열사나 밀어주는 판매 채널이 없어 마음고생이 심했던 중소운용사들에게도 큰 기회가 도래했다고 판단한다. 소장펀드 역시 펀드 성과는 물론 세금 혜택을 준다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메리트가 큰 상품이다. 다만 가입자 요건이 가입 전년도의 총 급여액이 5000만 원 이하인 점은 아쉽다.
20여 년간 펀드를 운용하면서 늘 시장과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육체적 소모가 굉장할 것 같다. 취미와 함께 평소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나.
이영석: 펀드를 운용하면서 스트레스란 정말 만만치 않다. (웃음) 시간도 없었지만 주식에 미쳐 사느라 골프 자체를 아예 배우지 않았다. 현재 스트레스를 푸는 취미 활동은 두 가지다. 한 달에 두 번꼴로 가족과 함께 가는 등산과 매일 오전 짬짬이 1시간씩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고 있다. 명상 수련은 2001년부터 하고 있는데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관리에 정말 효과가 대단해서 추천하고 싶다. (웃음) 마인드 컨트롤 효과와 함께 다이어트와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 10년간 체중 변화가 거의 없을 정도다. 이만하면 최고의 다이어트로도 손색이 없지 않은가.
투자자들에게 펀드 투자 조언을 해준다면.
이영석: 과거 대비 시장 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늘 투자 환경과 시장에 대한 관심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트렌드에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이는 산업군과 종목에 대해서 투자자 본인의 관심과 공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펀드 선택 시 운용성과가 검증된 펀드, 특히 장기투자 성과가 검증된 펀드 위주로 골라서 투자한다면 좋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인터뷰/글. 김경아
사진. 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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