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필요한 이유
칼럼니스트 권혁중
왜 ‘돈’이 필요하죠?
질문을 받은 분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너무나 뻔한 질문이라 그런지 아니면 질문의 함의가 어려워서 그런지 말이다.
그런데 응답들을 종합해 보면 대 부분은 세가지로 요약 되었다.
‘행복해 지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잘 해주기 위해서’ ‘가난은 불편하니까’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형화된 답변들이 주류를 이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공통된 시스템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 고민했던 생각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한번쯤 고민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거대한 흐름(stream), 즉 같은 이데올로기 안에 위치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집안의 가장이 돈이 없어 고민한다면 이미 다른 가장들도 같은 고민을 했거나 진행 중일 것이다. 사실 내가 만난 모든 남성들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남들과 비교하며 나만 이렇게 사는 것 같다고 한탄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필자는 이미 같은 고민을 하는 대한민국 가장들이 많다는 것을 주지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했다. 절대 인생을 잘 못 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돈이 많은 가장도, 돈이 없는 가장도 같은 고민, 같은 생각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을 볼 때 어쩌면 우리를 둘러 싼 이런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돈’에 더 집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출처: Creative Commons 사용권 허용. 작가 Nomadic Lass, http://www.flickr.com/photos/53323105@N02/9409881875)
모든 사람이 느끼듯, 처음 질문의 답처럼 돈은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돈이 있어야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먹일 수 있다. 돈이 있어야 집주인의 깐깐한 참견도 안들을 수 있고, 돈이 있어야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눈치를 안 봐도 된다. 돈이 있어야 아픈 아이에게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아 보게 해 줄 수 있고, 돈이 있어야 가스비 아끼려 보일러를 틀지 않는 부모님께 방안 설정온도를 높여 드릴 수 있다.
이처럼 돈이 중요해진 이유는 이 돈이라는 놈이 교환가치로써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폐의 철학’을 쓴 독일의 철학자 짐멜은 인간과 동물이 서로 다른 이유는 인간만이 ‘교환’을 아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또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철학자 마르크스는 인간이 상품을 ‘교환가치’로 봄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사회적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즉, 개인이 사용함으로써 느끼는 ‘사용가치’를 남과 서로 교환하며 사회적 소통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그 교환되는 가치를 우리는 현재 ‘돈’으로 표현한다. 과거에는 상품과 상품으로 교환되었다면 이제는 그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돈’으로 교환된다. 작은 종이에 불가한 ‘돈’이 상품의 가치를 나태내기에 우리는 ‘돈’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제는 ‘좋은 가치’와 ‘교환’해야 하지 않는가?
이처럼 ‘돈’이 교환의 가치로써 중요한 기능을 한다면, 우린 이 ‘돈’으로 더 가치 있는 것과 교환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기부는 '돈'을 ‘사랑’과 교환하게 도와준다. 교환해서 받게 되는 ‘사랑’이라는 가치는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만족을 갖게 한다. 자신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 말이다.
KBS ‘동행’ 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어려운 이웃에게 도착되는 성금과 선물을 보게 된다. 10살짜리 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보내준 과자, 장난감 등등부터 어떤 독지가로부터 보내어진 돈까지 볼 수 있다.
그들은 ‘돈’이라는 존재를 ‘사랑’이라는 가치로 교환하였다.
그들은 ‘돈’이라는 존재를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가치로 교환하였다.
그들은 ‘돈’이라는 존재를 ‘그래도 살 맛 나는 세상’으로 교환하였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돈’이라는 존재를 ‘여성을 사는’ 가치로 교환한다.
어떤 이들은 ‘돈’이라는 존재를 ‘남을 억압하는’ 가치로 교환한다.
어떤 인들은 ‘돈’이라는 존재를 ‘권력’ 가치로 교환한다.
얼마 전, 필자의 자녀가 잠깐 신촌 세브란스 어린이 병동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처음 입원을 했을 때는 필자의 자녀를 위해서 기도했지만 퇴원할 땐 남아있는 어린 친구들을 위해서 기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은 작고 소중한 존재들이 눈물과 아픔으로 하루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그 존재들을 지키는 부모님들도 눈물로 하루 하루 보낸다. 자녀와 함께 할 땐 너무나 큰 나무처럼 그늘이 되어 주지만 아이가 없을 땐 혼자 커튼 뒤에서 눈물을 흘린다. 흘린 눈물은 자녀 앞에서 비싼 검사를 놓고 순간 고민했던 자신을 한탄하는 눈물도 있었다.
퇴원 후 필자는 사무실이 있는 강남의 거리로 돌아 왔다. 즐비한 빌딩들 사이로 현란하게 켜진 네온사인과 비싼 외제차에 젊은 아가씨들 태워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중년의 남성을 본다.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젊은 아기씨들의 애교에 웃다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며 문득 병원비를 걱정하는 부모의 눈물이 생각났다. 이유가 뭘까? 내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두 눈물이 교차된다.
'돈'이 필요한 이유
앞서 말한 것처럼 ‘돈’이 ‘가치’를 교환하기 위해서 태어났다면 우리는 어떤 '가치'와 교환해야 하 는가? 한 푼이라도 아끼려 재테크를 공부하는 우리에게 소중한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단돈 몇 만원은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질까? 우리가 손 내민 몇 만원의 돈으로 약이 없어 죽어가는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우린 제대로 된 ‘가치 교환’을 한 것이 아닐까?
‘돈’ 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돈’ 이란 그런 것이다.
진정한 ‘가치’와 교환 하기 위해서 필요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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