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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아이스크림의 갈등 그리고 빚의 굴레.[4]
추천 0 | 조회 9658 | 번호 2531 | 2013.11.19 10:20 윤태환 (sesangj***)

초등학교 시절. 집에서 학교까지는 세 정거장.

어린나이에 걷기에는 조금 벅찰 수도 있고 그럭저럭 견딜 만도 했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라 어머니는 버스비 외에는 별도의 용돈을 줄 형편이 못 되었다.

먼 길을 걸어 다니지 않고 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했다.

 

학교가 끝나고 버스를 타려고 하면 항상 그 앞에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당시에 처음 나왔다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정말 달콤했고 아이스크림을 다 핥아먹고 나면 

파삭파삭한 손잡이도 정말 맛있는 과자였다.

공교롭게도 버스비와 아이스크림 가격은 똑 같았다.

더운 여름날이면 아이스크림은 그 매혹적인 자태로 나를 끝없이 유혹했다.

 

결국 버스를 타는 대신 아이스크림을 선택하는 날에는, 아주 조금씩 아이스크림을 혀로 핥으며

집까지 걸어야 했다. 아무리 아껴먹어도 아이스크림은 한 정거장도 지나지 않아

완전히 없어지고, 무더움 속에서 걷는 나머지 길은 참 멀게만 느껴졌다.

 

       

                  * 아이스크림의 변천사처럼, 우리의 삶도 많이 달라지고 빨라지고 있다.

 

 

땀을 흘려 걸으면서 다시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지 않고 버스를 타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또 다음 날이 되면 아이스크림의 유혹에 심하게 갈등해야 했다.

당시는 국민들 대부분이 버스와 아이스크림 두 가지를 모두 누릴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없었던 시절이다.

 

그러던 어느 날. 월사금을 미리 받게 되었다.

매번 마지막 날짜에 주시던 어머니가 어쩌다 미리 주신 것이다.

영악한 나는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누릴 수도 있다는

위대한 진리를 발견해 내었다.

 

일단 돈이 있으니 오늘은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버스도 탈 수 있다.

내일은 그냥 아이스크림의 유혹을 참고 걸어가면 된다.

 

그러나 내 손에 돈을 쥐고 있던 나는 다음날도 두 가지를 다 누리고 말았다.

월사금 마감일은 다가오고 이제는 아침에도 걸어오고 오후에도

그냥 걸어야 할 날짜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등굣길 하굣길을 모두 걸어 다녀야 할 상황에서도

아이스크림의 유혹을 참지 못하는 날도 같이 계속되었다.

 

급기야 이제 월사금 내어야 할 마지막 날도 지났고 선생님은 독촉을 시작하였고

나는 이제 그 돈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계속 걸어 다닌다 해도 열흘이라는

날짜가 필요한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계속되는 선생님의 독촉을 버텨야 하고 정말 이제부터는 걸어 다녀야 한다.

정말 아이스크림은 쳐다보지도 말고 눈 딱 감고 걸어야 한다고 수업이 끝나기 전부터 결심하고

또 결심하지만 문제의 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빠지게 되었다.

 

결국 가정방문을 감행하신 선생님 때문에 문제는 터져버렸고,

울면서 휘두르신 어머니의 빗자루에 나의 엉덩이도 터져버렸다.

그러나 그날 밤 모처럼 편하게 잠에 들 수 있었다.

 

그 동안 밤마다 꿈속에서 나를 잡아당기던 뿔 달린 괴물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 사건의 벌로 정말 한 달 동안을 등굣길 하굣길을 모두 걸어 다녀야 했다.

 

 

 

                * 블로그 - 갈무리의 세상 사는 이야기 / 월사금과 삯바느질, 그리고 대가족

 

 

그 사건 이후에 가을이 찾아 왔고, 나는 특별히 힘든 날이 아니면 걸어서 집으로 오는 습관

가졌고  이번에는 조금씩 용돈을 비축할 수 있게 되었다.

 

한겨울이 되면서 아이스크림은 따끈한 어묵으로 변신하여 또 다신 어린 학생들을 유혹을 해왔고,

이미 주머니에 용돈이 쌓여가고 있던 나는 버스도 타고 어묵도 사먹는 사치를 가끔씩은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애써 모아 둔 용돈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어묵의 유혹은 쉽게 견딜 만했다.

 

빚이란 놈은 그렇게 우리 곁에 다가온다. 그리고 한바탕의 고통도 바로 그 뒤를 따라 온다.

부채란 건 오늘을 누리기 위해 미래를 저당 잡는 것이다. 지금 내 손에 돈이 있다는 게

그걸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는 다르다.

오늘이 힘들기 때문에 미래를 담보로 미리 당겨 사용하고 내일은 정말 성심껏 노력하리라

아무리 결심해도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기는 정말 어렵다.

 

오늘은 버스와 아이스크림 두 가지 사이의 갈등을 못 참아 둘 다를 선택하면서,

내일은 선택의 여지없이 버스와 아이스크림 모두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쉽게

겪어낼 수 있다는 계획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

 

우리 주변에는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온갖 마술들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마치 당장 선택하지 않으면 나는 찌질이가 되고 이 사회에서 왕따가 될 것 같은 분위기.

그것 없이는 나만 불행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은 수많은 유혹거리들.

그리고 그런 유혹의 선택을 손쉽게 도와주는 빠른 대출이라는 마술이

함께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춤을 추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굴러가는 이 사회를 빚 권하는 사회라고 부른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의 종복이 되어 넓은 세계를 두루 보여주고

온갖 향락을 맛보게 해 주지만 파우스트가 그에 만족하는 순간에는

영혼을 악마에게 내어 준다는 계약이다.

 

마케팅이라는 마술 그리고 손쉬운 대출, 빠른 대출이란 마술에 빠져 우리가 작성하는 계약서가

마치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내어 주겠다는 계약서와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점을

우리는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이미 잘못된 선택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더 이상 문제를 키우지 말고

주변에 알리고 문제와 정면 대결하여야 한다.

 

 

    * 빚문제는 혼자 해결하기 보단 주위에 알리고 지속 상담이 가능한 상담사와 이루어져야 한다.

 

영혼조차 빼앗기기 전에 빨리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행히도 이 사회에는 악마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고 악마와 싸우고자

힘을 모우는 착한 세력들도 있다. 희망 만드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부채탈출을 지원하는 건전한 사람들이 점점 더 강한 힘을 얻고,

빚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계속 구제해 내고, 또 다시 힘을 보태고,

궁극적으로는 빚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한명도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함께 노력하자.

빚 대신 빛을 권하는 밝은 사회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며.

 

 

                                          " 희망 만드는 사람들(주)  김희철 대표께서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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