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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행동 성공적으로 바꾸기 : MINDSPACE 시리즈] 8. 제약
추천 0 | 조회 415 | 번호 2386 | 2013.05.08 15:16 투자자보호재단 (inv***)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 세이렌은 아름다운 인간 여성의 얼굴에 새의 몸을 가졌고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바다에 뛰어들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이 때문에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들은 수많은 선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하여 부하들에게 자신의 몸을 돛대에 결박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결박을 풀지 말라고 명령하고, 부하들에게는 귀마개를 쓰도록 미리 당부해 두었다. 배가 섬에 가까이 다가가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오디세우스는 결박을 풀려고 몸부림쳤지만 귀마개를 쓴 부하들은 미리 명령해 둔대로, 순종하여 그를 더욱 단단히 결박하였다. 결국 항해는 계속되었고 노랫소리는 점점 약해져서 마침내 세이렌의 유혹으로부터 무사히 벗어나 섬을 지나갈 수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의지를 과신하던 다른 사람과 달리 스스로를 돛대에 묶어 처음부터 선택의 여지를 차단해버림으로써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듣고서도 무사히 항해할 수 있었다.
오디세우스처럼 자신의 의지력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자신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기를 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제약은 몇 가지 선택대안을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장래 행동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는 수단(commitment device)으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기 위해 신용카드를 잘라버린다든가 살을 빼기 위해 군것질거리를 사지 않는 것, 금연하려고 할 때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금연을 선언한 후 재떨이와 라이터를 버리고 금연에 실패했을 경우 한턱내겠다고 하거나 원하는 선물을 사주겠다고 약속하는 것, 다이어트를 위해 크기가 한 치수 작은 옷을 사서 방에 걸어두는 것도 행동에 제약을 가하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다.
금융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행동에 제약을 가하는 수단으로는 적금과 정기예금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예금 상품보다 금리가 높아서 가입했을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불필요한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강제하기 위해 일정한 예치 기간이 정해져 있는 적금이나 정기예금을 가입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적금이나 정기예금에 가입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과소비 경향이 있는 두 사람이 과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기 위해 3년 만기의 적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은 납입 횟수와 납일 일자가 정해져 있지 않고 납입 금액도 납입할 때마다 가입자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적금에 가입하였고 다른 사람은 월급날 급여계좌에서 미리 정해진 금액만큼 적금계좌로 자동이체 되는 적금에 가입했을 때 3년 후 어떤 사람의 저축액이 많을까? 첫 번째 사람의 저축 욕구가 두 번째 사람보다 훨씬 강하지 않은 이상 두 번째 사람의 저축액이 많을 것이다. 이는 행동에 제약을 가하는 수단이 비슷해 보이더라도 제약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제약하고자 하는 행동을 했을 때 얻게 되는 만족감을 억누를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선택해야만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적금이나 정기예금보다 행동에 더 강한 제약을 가하는 수단이 있다면 그 효과는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실제로도 일반 적금이나 정기예금과 유사하지만 특정 조건 달성 시까지 인출이 불가능한 상품의 경우 저축률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음이 여러 연구에서 이미 밝혀졌다. 필리핀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은행 고객 710명에게 목표(일자 또는 금액)가 달성되기 전까지 예금을 인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저축상품에 가입할 것을 제안하였다. 제안 받은 고객들 중 202명(28.4%)이 가입하였는데 12개월 후 저축상품에 가입한 사람들과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해 본 결과 가입한 사람들이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이 저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으로는 ‘내일을 위해 더 저축하기’(Save More Tomorrow, SMT)가 있었는데, 이것은 미국의 중견기업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근로자에게 금융 컨설턴트와 1:1로 상담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컨설턴트들은 근로자들의 현재 저축률(월급의 3~6%)이 적정 저축률(월급의 15%)보다 낮다는 사실을 알고 5%p 더 저축하거나 봉급이 인상될 때마다 3%p 더 저축할 것을 권유하였다. 근로자의 15%는 기존 저축률(6%)을 고수했고 25%(저축률 4%)는 5%p 더 저축하는 방법을 선택하였으며 60%(저축률 3~5%)는 봉급이 인상될 때마다 자동으로 3%p씩 저축률이 올라가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봉급이 네 번 인상된 후 저축률을 비교한 결과 앞의 두 집단은 저축률이 그대로인 반면 마지막 집단은 평균 저축률이 13.6%로 처음보다 4배 가까이 올라 적정 저축률에 근접하였고 그 후로도 저축률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처럼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예금이 인출되지 않는 상품’ 또는 ‘봉급이 인상될 때마다 자동적으로 저축률이 높아지는 상품’과 같이 행동에 제약을 가하는 수단을 이용하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억제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취하는 게 가능해진다.
다만, 제약을 가하는 수단이 얼마나 사람의 행동을 제약할지 또는 제약을 가하는 수단 외에 다른 요인들이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는 더 자세히 연구해 볼 여지가 있다. 앞서 살펴본 사례 중 금연 사례에서는 금연 약속을 어기고 다시 흡연을 했을 때 입을 평판 훼손(무형적 손실)과 선물비용 지출(유형적 손실)이 싫은, 손실회피 편향이 작용하여 금연률이 높아졌을 수도 있다. ‘내일을 위해 더 저축하기’에서는 현상유지 편향이 작용하여 저축률이 높아지는 것을 방관하고 그대로 놔뒀을 수도 있다. 이처럼 제약을 가하는 수단도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는 다른 방법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요인들과 결합되면,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더 강하게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제약을 가하는 수단의 사용이 다른 요인들이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으므로 제약을 가하는 수단을 잘 선택하여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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