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신문, 라디오,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매일매일 접하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우리는 어떤 정보를 중요하게 여겨 받아들이고 반응하게 되는가?

정보 전달자의 전문성
대개 사람들은 정보의 출처나 정보 전달자를 보고서, 정보의 중요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을 취한다. 즉, 사람들은 정보 전달자가 비전문가보다 전문가일 때 그 정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신뢰하게 되고 그에 따라 행동을 하려고 한다. TV 프로그램에서 건강 관련 이야기를 할 때 연예인 같은 비전문가의 경험담보다 관련 분야 의사가 정보를 전달할 때 그 정보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그 정보에 따라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연예인 A :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겨울에 귤껍질을 말려 놓으셨다가 차로 만들어 주셨는데 그 차를 꾸준히 마셔서 그런지 감기에 잘 안 걸렸던 것 같아요.
요리전문가 B : 귤껍질은 진피라고도 하는데 감기 예방에 참 좋습니다. 귤을 드시고 껍질은 깨끗이 씻어서 잘 말렸다가 차로 만들어 드시면 겨울에 감기로 고생할 염려가 없지요.
한의사 C : 귤차는 구역질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며 기 순환을 돕기 때문에 소화 불량에 치료효과가 있습니다. 또 비타민 C가 풍부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체온이 내려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감기 예방에 효과적이고 항산화 작용 효과도 있습니다.

똑같이 귤껍질을 이용해 만든 차의 효능을 소개하더라도 사람들은 연예인 A보다 요리전문가 B, 요리전문가 B보다 한의사 C의 말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감기 예방을 위해 귤차를 만들려고 할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날 것이다. 이처럼 정보 전달자가 전문 지식이 많은 사람, 관련 분야에 믿을 만한 정보를 가진 사람일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정보 수령자의 태도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정보 전달자와 정보 수령자의 사회적·행동학적 유사성
정보 전달자가 전문성뿐만 아니라 정보 수령자와 유사한 사회적 특성이나 행동적 특성을 가질 때 개입 효과가 더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소득 불평등과 관련된 문제를 다룰 때 정보 전달자와 정보 수령자의 유사성은 더 중요하다. 사회경제학적으로 낮은 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정보 전달자의 특성(나이, 성별, 인종, 지위, 전문성 등)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정보 수령자에 맞춰 사회적·행동적 특성을 가진 다양한 정보 전달자를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
그 적절한 예를 하나 들면, 에이즈 예방을 위해 여성용 콘돔 이용을 장려하는 운동에 동네 미용사들을 활용한 사례가 있다. 국제인구서비스(Population Services International, 미국 워싱턴을 기반으로 전세계 65 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단체로서 말라리아, 에이즈 등 질병퇴치 프로그램 등을 전개하고 있음)는 짐바브웨에서 ‘Get Braids Not Aids‘라는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2005년까지 450,000개의 여성용 콘돔을 제공하였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특이한 점은 1,000여 명의 미용사를 통해 여성들에게 콘돔을 제공하였다는 점이다. 영국정부 산하 국제개발처(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DfID)가 2004년 미용실 고객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용사로부터 여성용 콘돔에 대해 설명을 들은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여성용 콘돔을 사용할 가능성이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용 콘돔의 실제 사용 비율도 2002년의 15%보다 더 높은 28%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5%는 미용실이 여성용 콘돔에 관한 정보의 출처라고 응답했으며 47%는 미용사와 함께 여성용 콘돔 사용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최근 UN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행동 변화로 인해 지난 10년간 에이즈 감염률과 에이즈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동료 효과가 있다. Health Buddy(건강 친구)라는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서 교사로부터 건강 관련 수업을 받은 고학년 학생들을 또래교사(peer teachers)로서 저학년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배운 내용을 가르치게 했다. 그 후 일반 교사로부터 수업을 받은 저학년 학생들과 Health Buddy 프로그램에 등록한 저학년 학생들을 비교했을 때 Health Buddy에 등록한 학생들의 건강 관련 지식과 행동이 더 개선되었으며 체중 관리에서도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콘돔 사용이 증가하고 건강 관련 지식과 행동이 개선된 것은 정보 수령자가 정보 전달자에게서 사회적으로나 행동학적으로 유사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콘돔 정보를 알려준 미용사들은 같은 동네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았고, Health Buddy를 통해 만난 학생들은 같은 학생으로서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정보 수령자들에게 사회적으로나 행동학적으로 유사성을 느끼게 했을 것이고 받은 정보에 따라 행동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정보 전달자에 대한 정보 수령자의 감정
사람들은 정보 전달자의 전문성, 사회적·행동학적 유사성 외에도 정보 전달자에 대한 감정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싫어하는 사람이 알려주는 정보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두드러진 이유 없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의 개입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덜 주의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정보 수령자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은 제3자를 이용하거나 캠페인 등에서 정부가 관여한다는 것을 덜 부각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정보 전달자가 주는 역효과와 바람직한 이용방법
그러나 정보 전달자 전문성과 정보 전달자에 대해 정보 수령자가 가지는 신뢰, 유대감, 호감 등이 정보 전달에서 항상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와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 임신비율을 낮추려는 생각으로 10대에 부모가 된 사람들을 학교로 초청해서 그들이 그렇게 일찍 임신한 것을 후회하는 이유를 학생들에게 얘기하도록 했을 때 많은 청소년들에게 정반대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그런 처지에 있다고 상상하게 해서 그런 처지가 오히려 정상적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어른스럽고 근사하게 보이게 하는 역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정보 전달자를 선택할 때에는 정보 전달자에 대해 느끼는 신뢰, 유대감, 호감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이처럼 위에서 소개한 정보 전달자의 전문성, 사회적·행동학적 유사성, 정보 전달자에 대한 정보 수령자의 감정이 정보 전달 또는 개입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는 금융역량 개선 조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새로운 금융역량 개선 조치를 계획하거나 기존 금융역량 조치를 개선하고자 할 때 어떤 정보 전달자가 적합할 지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다. 즉,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신뢰나 유대감, 호감 등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역효과를 최소화하는데 적합한 사람을 정보 전달자나 개입자로 이용할 때에 금융정보 수령자나 개입 대상자의 금융행동 개선이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